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분리독립단체의 체포 요청에 네덜란드 방문 취소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5일 비행기 이륙 직전 네덜란드 공식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말루쿠제도 분리 독립 단체인 남말루쿠공화국(RMS)이 네덜란드 법원에 그를 체포해줄 것을 요청하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유도요노 대통령이 네덜란드 방문 취소 결정을 발표했을 때, 대통령 전용기는 이미 자카르타 공항에서 수행원들을 태우고 이륙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고 <자카르타 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유도요노 대통령은 비행기에 타지 않고 공항에서 깜짝 기자회견을 열어 “네덜란드 여왕의 초청을 받아 공식 방문을 하려는 상태에서, 네덜란드 법원이 나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안전 위협 문제가 아니라 이건 국가의 존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도요노 대통령 체포를 요청한 남말루쿠공화국은 향신료 산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북부 말루쿠 제도에서 1950년대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분리 독립전쟁을 벌이기도 했던 단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을 동원해 진압했으나, 일부 지도자들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했던 네덜란드로 망명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윔 소파추아 남말루쿠공화국 부통령은 <자카르타 포스트>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말루쿠제도 사람들 수십명을 고문했으며, 유도요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유도요노 대통령이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체포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네덜란드 정부가 국가원수는 면책권이 있다며 그의 안전을 보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유도요노 대통령의 돌출행동이 정치적 쇼라는 시각도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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