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부로…양국 외상회담도 냉랭한 기류 해소못해
일본은 초조하게 중국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중국은 입을 열지 않다가 29일 저녁 늦게야 정상회담의 결렬을 선언했다.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중국과 일본 정상의 ‘화해의 만남’은 그렇게 무산됐다. 양국 정상은 이날 밤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만났으나, 헤어질 때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간 정상회담은 이날 오전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이 “오늘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때 성사 쪽에 무게가 실렸다. 일본 외무성은 오후 6시35분께 회담이 열리게 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밤 후정웨 외교부장조리(차관보급)의 말을 인용해 “일본 쪽 발표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하노이에서 양국 수뇌회담이 열릴 분위기가 망가졌다”며 “이로 인해 생기는 모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보도해, 중국 쪽이 회담을 거부했음을 전했다. 중국은 지난 27일 열린 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두 나라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임을 거듭 강조한 것을 거세게 비판했다.
센카쿠열도 충돌 이후 처음으로 이날 오전 열린 중-일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양국은 관계회복을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마에하라 외상은 회담이 끝난 뒤 “11월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을 앞두고, 양국관계의 개선과 전략적 호혜관계의 추진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토류 통관 지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양 부장은 “희토류는 교섭 재료로 쓰고 있지 않다. 환경보호를 위해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카쿠열도 충돌사건과 관련해서도 양국은 각각 자국의 입장을 밝히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결론을 서두르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국 외무장관은 이날 애초 예정했던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20분가량이나 만났으나, 냉기류를 해소하는 데는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양국은 지난 4일 벨기에 브뤼셀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에서 이른바 ‘복도회담’을 통해 센카쿠열도 충돌로 인한 극한 갈등 관계는 부분적으로 해소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엄한 수출입 통관검사를 풀지 않고 있다. 반일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하노이 총리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11월 요코하마 아펙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간 총리간 회담 성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하노이/황준범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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