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부 오랫동안 입국 막아
둘째 아들 끌어안고 “행복하다”
둘째 아들 끌어안고 “행복하다”
중년 주부로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면서 가족을 포기해야 했던 아웅산 수치(65)가 23일 10년 만에 아들과 상봉했다.
지난 13일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수치는 이날 양곤 공항에서 아들 킴 아리스(33)와 재회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에 사는 수치의 둘째아들 킴은 어머니의 가택연금 해제를 며칠 앞두고 타이 방콕에서 미얀마 비자를 신청해 22일 발급받았다. 수치 모자의 상봉은 200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미얀마 군사정부는 그동안 킴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킴은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서 겉옷을 벗어 수치의 정치조직 민족민주동맹(NLD)의 상징인 싸우는 공작이 새겨진 팔뚝 문신을 내보였다. 어머니의 대의에 대한 지지의 표시다. 지지자들과 외신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들을 껴안은 수치는 “아주 행복하다”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불교와 히말라야 문화를 전공한 영국인 남편 마이클 아리스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평온한 삶을 누리던 수치는 1988년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미얀마에 입국하면서 가정을 포기해야 했다.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이라는 신분이 수치를 민주화운동의 격랑 속으로 밀어넣었다. 수치는 지난주 <에이피> 통신 인터뷰에서 “어려움이 닥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한다면 그 결과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선택이 숙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가져온 가족의 불행에 대해서는 회한을 털어놨다. 수치는 “아이들은 가족이 찢어진 뒤 잘 지내지 못했고, 좋은 아버지가 떠난 뒤에는 더 그랬다”고 말했다. 수치의 남편 마이클은 1999년 전립선암으로 숨졌다. 마이클은 세상을 뜨기 전 아내를 만나려고 여러번 미얀마 비자를 신청했으나 입국을 거부당했다. 재입국이 차단될 것을 우려한 수치는 결국 떠나는 남편을 지켜보지 못했다.
수치에게는 1991년 어머니를 대신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큰아들 알렉산더와 그가 낳은 두 손자도 있다. 수치는 알렉산더도 2000년 이후 만나지 못했고 손자들은 본 적이 없다.
한편 현지 언론들은 총선을 앞두고 미얀마 정부가 민족민주동맹을 해산시킨 조처를 취소하라며 수치가 낸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