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남동쪽으로 242㎞ 떨어진 치타공의 수출가공공단에 위치한 영원그룹 현지 의류공장에서 격렬한 임금인상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12일 공단 내 도로를 점거한 노동자들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쏘는 진압경찰에 맞서 돌 등을 던지고 타이어 기름통을 불태우며 대치하고 있다. 치타공/AFP 연합뉴스
이틀째 폭력시위 150명 부상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 수출가공공단(CPEZ)에 있는 한국 의류업체 영원그룹의 현지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시위로 12일 적어도 3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부상했다고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공단 내 영원그룹 의류공장 11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이날 아침 8시께 공장 정문에 나붙은 공장 폐쇄 공지문을 보고 이틀째 폭력시위를 벌였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몽둥이와 돌 등으로 무장한 노동자들은 수출가공구역 정문에 주차해 있던 버스를 불태우고 인근 공장과 쇼핑센터 등을 약탈했으며, 도로를 점거해 공항으로 향하는 교통도 마비시켰다. 전날 노동자들은 사쪽과의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공장시설과 집기를 부수며 시위를 벌였으며, 영원그룹 쪽은 이에 맞서 치타공과 다카에 있는 현지공장 17곳을 무기한 폐쇄조처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물대포, 최루탄, 고무총알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서면서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양쪽의 피해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노동자 1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현지언론들은 3명의 노동자가 총에 맞아 사망하고 적어도 150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모두 3만5000여명이 근무하는 영원그룹 17개 현지공장에서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조처에 따라 지난주부터 연차가 낮은 노동자들의 월급이 인상된 데 반해 고참 숙련 노동자들의 월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불만이 높아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하루 1달러도 되지 않던 법정 최저임금을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월 25달러(1662타카)에서 월 45달러(3000타카, 약 4만8449원)로 80%가량 올렸다. 그러나 새로운 임금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서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이날도 치타공뿐만 아니라 다카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임금인상 시위가 벌어졌다.
영원그룹 쪽은 “공장들을 완전히 폐쇄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현지인 직원 4명이 부상했으나 한국인 직원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날 밝혔다. 조기원 김은형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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