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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호주행 ‘보트 피플’ 크리스마스섬서 대참사

등록 2010-12-16 08:15

호주 밀입국 선박 침몰사고
호주 밀입국 선박 침몰사고
배 타고 밀입국 시도 중 절벽 부딪혀 바다에 침몰
거센 파도에 50여명 숨져…이란·이라크인 추정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더군요.”

오스트레일리아 서해안의 작은 섬 크리스마스에서 다이빙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이먼 프린스는 15일 아침 6시께 바다 쪽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함성 소리에 잠이 깼다. 놀란 마음에 집 뒤의 플라잉피시코브 해안 절벽에 오른 순간 소리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에이피>(AP) 통신과의 회견에서 “엔진이 멈춘 배가 파도에 밀려 절벽 쪽으로 휩쓸려 가는 광경이 보였다”며 “배에 탄 이들이 도움을 청하며 울부짖고 있었다”고 말했다.

눈앞에서 참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경찰에 구조를 요청하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하나둘씩 모여든 주민들이 안타까움에 발만 구르는 사이 6~9m쯤 되는 허름한 목선은 한시간이나 폭풍과 거센 파도에 휩쓸려 다니다가 결국 석회암 절벽에 충돌해 부서졌다. 그 순간 배에 있던 일부가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속으로 쏠려들어갔다. 주민들은 인간띠를 만들어 로프와 구명조끼 등을 전달하려 했지만 허사였다. 던져준 50~60개의 구명조끼도 거센 파도에 흩어졌고, 부서진 배 잔해를 붙잡은 이들은 해안 밖으로 자꾸만 멀어져 갔다. 또다른 주민은 “물에 빠진 이들이 3m가 넘는 파도에 휩쓸리다 절벽에 부딪혔다. 둥둥 떠다니는 주검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별할 수 없었다”며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서 북서쪽으로 2650㎞ 떨어진 크리스마스섬은 오스트레일리아 영토이지만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훨씬 가까운 섬이다. 이 때문에 전쟁과 가난에 찌든 아프가니스탄인, 이라크인, 이란인들이 새 삶을 꿈꾸며 찾아 이 섬을 목표로 몰려들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까지 온 난민들은 항해가 거의 어려운 형편없는 목선을 밀수업자에게 빌려 타고 위험한 항해에 나선다. 운 좋게 오스트레일리아에 도달하면 난민 신청을 할 수 있고,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 수 있는 영주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만도 이렇게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온 이라크와 아프간, 스리랑카 출신의 난민은 수천명에 달한다. 이날도 해군과 세관원들이 섬 반대편에서 또다른 밀입국선을 구조하느라 참사현장 도착이 늦어졌다. 프린스는 “해군이 와서 사람들을 건져내기 시작했지만, 일부 사람들에겐 너무 늦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발생 직후 휴가를 취소한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정부는 구조와 부상자들의 회복 및 치료에 최우선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경찰은 “불법 선박으로 인한 해양 사고가 났다”는 짧은 성명만 내놓았을 뿐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세관원들에 따르면, 42명이 구조됐고, 적어도 27명의 주검이 인양됐다. 그러나 의료구조활동에 나선 ‘플라잉 닥터스’의 대변인은 이라크와 이란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밀입국자들 가운데 많으면 5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된 사람들 가운데 3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머리와 배에 중상을 입어 항공기로 응급이송했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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