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국경 주민들 기아 위기
지난 25일 파키스탄 북부 식량 배급소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 여파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식량 배급을 중단해 주민들이 심각한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세계식량계획의 이 지역 책임자 샤하브 칸은 26일 폭탄 테러가 일어난 카르 마을을 포함해 바주르 지역의 4개 식량 배급소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식량 공급을 재개하려고 한다”면서도 배급 재개일을 지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근처인 바주르는 2008년 8월 시작된 파키스탄 정부군과 탈레반 및 알카에다 사이의 교전으로 난민이 대량 발생하고, 많은 이들이 경작을 포기한 상황이다. 30만여명이 세계식량계획의 배급에 의존하고 있고, 올해 4개 식량 배급소를 찾은 사람이 연인원 260만명에 달한다. 가족이 10명이라는 주민 굴 카림 칸(53)은 “앞으로 며칠 내에 식량을 제공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사건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한 파키스탄 탈레반이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바주르와 접한 모만드에서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의 교전으로 75명이 숨지는 등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유피아이>(UPI) 통신은 식량 배급소에서 줄을 선 사람들을 향해 폭탄을 터뜨려 46명을 숨지게 한 여성 테러범이 16~18살 소녀로 추정된다는 현지 관리의 말을 전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그러나 “남성 자원자들도 수천명이 대기중인데 이슬람 전통에 반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며, 부르카를 두른 여성이 폭탄을 터뜨렸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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