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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CTV빌딩 80~100명 매몰” 희망 꺾인 가족들 오열

등록 2011-02-23 19:26수정 2011-02-23 21:19

실종 한국인 남매 다니던 킹스어학원·방송국 등 입주
경찰 “생존자 가능성 없다” 발표에 가족들 망연자실
뉴질랜드 지진 참사

기다림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23일 전날 강진으로 무너져버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캔터베리텔레비전(CTV) 빌딩 앞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작업이 잠정중단됐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뉴질랜드 경찰 현장지휘대 데이브 로리 대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빌딩 안에 더이상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 중단은) 힘든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이제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곳으로 관심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고 <텔레비전뉴질랜드>는 전했다. 7층짜리 캔터베리텔레비전 빌딩은 전날 규모 6.3의 지진이 크라이스트처치를 강타했을 때 거의 무너진 이후 화재가 발생했으며, 23일에도 연기가 치솟았다고 뉴질랜드 방송 <티브이3>(TV3)은 전했다.

이 빌딩에는 킹스교육어학원(King’s Education College)이 입주해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곳에 다니고 있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한국인 유학생 남매와 도야마외국어전문학교 연수생 등으로 이뤄진 일본인 유학생 13명이 어학원 안에서 실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리 대장은 “특히 캔터베리텔레비전 빌딩 안에 있다 매몰된 유학생들의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구조작업은 당분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캔터베리텔레비전> 직원이던 어머니를 찾아온 리즈와 켄트 매닝 남매가 빌딩 앞으로 찾아와 눈물을 흘리자, 한 경찰이 “나쁜 소식이 있다. 이 빌딩에서 매몰된 이가 살아 있으리라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무릎을 꿇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영어교사로 일하던 37살 딸 하이디 버그가 빌딩 안에서 실종됐다는 앨런과 줄리 부부는 빌딩 근처에서 다른 유족들과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티브이3>에 “집에 있는 것보다 이곳이 편하다. 혹시 딸이 밖으로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캔터베리텔레비전 빌딩 안에는 방송국을 비롯해 간호학교와 킹스교육어학원 등이 입주해 있었으며, 안에 몇명이 파묻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지역 경찰 책임자인 데이브 클리프는 <뉴질랜드 헤럴드>에 “80명에서 100명 정도가 이 빌딩에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2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망자는 최소 75명이지만, 실종자로 등록된 사람만 300명이라 사망자는 앞으로 크게 늘 수 있다. 파인굴드 빌딩과 이 도시의 상징인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 등 적어도 주요 건물 7곳 안에 매몰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소방관, 지역 주민이 매몰자들이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근거로 곳곳에서 밤새 매몰자 120여명을 구출해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가장 높은 27층짜리 그랜드챈슬러 호텔은 붕괴 직전 상황에 놓이는 등 추가 붕괴 우려도 높다고 뉴질랜드 언론은 전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저녁 6시30분 이후 크라이스트처치 지역 통행금지를 선언했으며, 크라이스트처치에는 단전·단수 등으로 도시 기능이 상당수 마비상태에 빠졌다.


한편,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생존자 구조를 돕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와 싱가포르의 구조대원들이 뉴질랜드에 도착했으며, 미국과 영국 등의 구조대원들도 뉴질랜드로 향하고 있다. 생존자를 찾기 위한 구조작업은 계속되고 있다.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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