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추위·굶주림에 떠는 사람들
돗자리 위에 담요를 깔고 잠을 청했지만 계속되는 여진에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설잠에 들었다가도 악몽에 눈을 뜬다. 야마기시 시즈코(51)는 13일 <요미우리신문>에 “가족을 찾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그는 딸의 대학 졸업식 때 입을 예복을 장만하러 가다가 지진과 쓰나미를 만났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채 임시거처가 마련된 이와테현 야마다초 도요마네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다. 금속가공 업체 임원인 그는 두 딸,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이들은 가족들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면서 겪는 불안과 여진의 공포, 식량과 연료 부족으로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도요마네 마을회관에 피난해 있는 200명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 마을이 없어지거나 원전 사고를 피해 피난해 있는 수십만명의 이재민들은 지진과 쓰나미가 지나간 지 이틀째에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후쿠시마현에선 원전 방사능 누출을 피해 2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에선 전체 주민의 4분의 1인 5900여명이 보호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오나가와에선 4400명이 쓰나미로 초토화된 집을 버리고 학교와 병원, 여관 등지에서 피신했으나 고립돼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하나인 센다이시에선 음식을 구하려면 슈퍼마켓에서 2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한다. 석유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다. 어머니를 만나러 하와이에서 센다이로 왔다가 재해를 만난 야수에 슈메이커는 <시엔엔>(CNN)에 “대지진이 있은 뒤에도 계속해서 여진이 있다. 지난밤엔 좀 나았지만, 큰 지진이 또 올 것 같다”며 걱정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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