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희생자들
구조대 발길닿는 마을서 수백~수천구씩 발견
연락두절 수만명 ‘사망자’로 확인될 우려 커져
구조대 발길닿는 마을서 수백~수천구씩 발견
연락두절 수만명 ‘사망자’로 확인될 우려 커져
‘혹시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을 덮친 대지진과 해일로 연락이 닿지 않았던 지역에서 주검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14일 미야기현에서 약 2000구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대지진이 발생한 진앙에서 불과 8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나미산리쿠초에서 약 1000구, 오시카반도에서 약 1000구의 주검이 나왔다. 일본 경찰이 이날 오전까지 공식 집계한 사망자 1597명보다 많은 수의 희생자들이 한꺼번에 확인된 것이다.
지진 발생 사흘 만에 일본 자위대와 지방 공무원, 경찰 등으로 꾸려진 구조팀의 발길이 닿은 마을들은 진흙으로 범벅된 싸늘한 주검으로 가득했다. 리아스식 해안과 코발트청색의 바다 경치를 지닌 아름다운 관광촌이 한순간 죽음의 도시로 돌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게 더욱 안타깝다. 미나미산리쿠초에선 전체 주민 1만70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명이 연락두절 상태다. 일본관광청은 또 대지진 발생 때 약 2500명의 관광객들이 이 일대에서 관광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야기현에 위치한 리쿠젠타카타에서도 주민 2만3000명 가운데 약 1만7000명의 행방이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연락두절’인 주민이 ‘사망자’로 확인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미나미산리쿠초에는 읍내에서 가장 높은 시즈가와병원 4층까지 쓰나미가 덮치면서 피해를 키웠다. 현장을 찾은 <텔레그래프> 기자는 “뼈대를 드러낸 건물의 구부러진 쇠기둥과 붕괴한 나무 건물 잔해 속에서 누군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마을과 주민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엔에이치케이>(NHK) 지역 기자인 가와구치는 트위터에 “단지 3개의 건물만이 남았다. 병원과 예식장 그리고 다른 하나, 나머지는 모두 사라졌다”는 글을 올렸다.
13일 오전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 해안가 노비루 지역에서도 200구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지진이 발생한 날 밤에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 해안 마을인 아라하마에서 200~300명의 익사체가 발견된 이후 일본 동북부 연안에선 미처 지진해일을 피하지 못해 숨진 사람들의 주검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미야기현 해안가 마을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한 노인은 “빨리 달릴수록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우리 마을에 30명이나 실종됐는데, 그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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