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맨바닥에 1천여구 시신 그대로
영안실 등 장례시설·장비 턱없이 부족
후생성 “허가증 없어도 화장·매장하라”
영안실 등 장례시설·장비 턱없이 부족
후생성 “허가증 없어도 화장·매장하라”
임시 주검안치소 현장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 공공체육관. 임시 주검안치소가 돼버린 이곳 체육관 바깥 벽에는 사망자의 이름과 간단한 인상착의가 적힌 216장의 종이가 나붙었다. 명단을 살피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는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도이 슌스케(22)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다 찾아봐도 없더니 …, 믿고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와봤는데 내 아내와 아이들이 맞네요.” 그는 이곳에서 아내 사야카(22)와 2살배기 딸, 여섯달 된 아들의 주검을 찾아내고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쥔 채 오열했다. 이들은 차를 타고 쓰나미를 피하던 중이었던 듯, 쓰나미에 강타당한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고 14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졸업식이 열렸어야 할 학교 강당과 뜨거운 함성이 가득했어야 할 경기장은 이제 임시 주검안치소로 변해버렸다. 전광판에는 점수 대신 주검들의 이름이 즐비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지진과 쓰나미가 강타한 일본 동북부에서 주검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이를 안치할 영안실과 화장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후쿠시마현 소마 지역의 경우, 화장시설이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그것도 하루에 18구 정도의 주검만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화장시설이 처리 용량을 넘어서서 다른 지역에 협조를 구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곳에선 병원의 영안실이 넘쳐나는 주검을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자 시립체육관을 임시 주검안치소로 사용하고 있다. 1000여구의 주검들은 냉동처리도 못한 채 딱딱한 체육관 바닥 위에 뉘어져 있었고, 실종자 가족들은 빽빽한 주검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가족을 찾기에 여념 없었다고 <에이비시>(abc) 방송이 전했다.
주검 운반용 부대와 관도 동이 났다. 이번 지진·쓰나미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이와테현의 관리 사토 하지메는 “주검 운반용 부대와 관 등이 필요량의 10% 정도로 턱없이 부족해 타 지역 장례식장에 도움을 청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14일 주검을 화장이나 매장을 하기에 앞서 우선 지역 당국의 허가를 받는 제도를 임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후생노동성은 1995년 한신대지진 때 이런 특례조처를 취한 바 있다.
한편, 일본 경찰청은 15일 정오께 사망자 수가 2475명이라고 공식 집계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부 당국과 경찰이 현장 확인을 한 수치에 불과해 실제 사망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밝혀진 사람은 1060명이고, 이중 420명의 주검만이 가족의 품으로 인계된 상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자위대 도착 쓰나미가 마을 전체를 강타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일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로 15일 오후 자위대 병력을 실은 차량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미나미산리쿠/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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