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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약품 없어 전염성 질병 ‘비상’

등록 2011-03-16 20:59

추위로 감기환자 잇따라
혈압약 등 못구해 고통도
[일본 동북부 대지진]

“약도, 방한시설도 부족해 앞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사람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지난 12일부터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의료지원활동을 다녀온 일본 적십자사 오사카지부 관계자들이 전한 말이다. 거대한 강진과 쓰나미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피난민들은 추위와 약품 부족으로 또 한차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피해로 50만명의 이재민이 대피소에서 장기간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인플루엔자 등 전염병 확산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재민들의 가장 큰 적은 ‘추위’다. 일본에선 고다쓰나 전기난방기 등 전기를 통한 난방이 대부분인데다, 도호쿠 지역은 통상 4~5월까지도 아침 저녁 난방 없이는 견디기 힘든 곳이다. 전기가 끊어지고, 난로를 피울 등유도 거의 없는데다 덮을 담요마저 부족해 피난소에선 담요 하나로 5~6명이 덮고 자기 일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비와 더불어 기온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 때문에 대피소 곳곳에서 감기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센다이에 진료를 다녀온 야마자키 순서히사(32)는 “춥고 머리가 아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하는 이재민들이 많았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폐렴이나 저체온증에 걸리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호쿠전력 쪽은 18일께가 되어야 도호쿠 지역의 전기공급이 어느정도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지진·쓰나미 최대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에는 간간이 식료품들이 공급되고 있지만, 의약품 등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미야기현의 병원들은 이미 식염수를 비롯한 약품과 연료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현 정부에 약품 등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필요한 약품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사실 먹을 것도 원활한 공급은 이뤄지지 않아, 폐허가 된 마을을 돌아다니며 쓸만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적잖게 눈에 띈다.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 피난소에서 지내고 있는 20대 남성은 “2시간을 걸어가 이거 하나 구했다”며 음료수를 들어보였다.

급작스레 밀어닥친 재난에 혈압약 등 필수적인 약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의 걱정도 태산이다. 이곳에는 대피소에서 한 밤 중에 화장실에 갔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약을 챙겨온 주민들끼리 서로 약을 나누고 있지만, 이미 그것도 바닥이 나고 있다. 엔도 켄지(62)는 “피난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화될 것”이라며 “비슷한 효능이라도 내는 약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안타깝게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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