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수용소 폭동·방화
정부 “비자발급 없다”
정부 “비자발급 없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난민 수용소에서 20일 폭력 시위가 일어나며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호주의 배타적인 이민자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드니 서부의 ‘빌라우드 구금센터’에 수용돼 있던 난민 신청자 100여명이 호주 당국의 비자 발급 거부에 항의해 이날 밤 수용소 건물 옥상을 점거하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특히 시위 과정에서 산소통에 불이 붙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의료동과 식당, 세탁실 등 부속건물 9곳으로 불이 번졌다. 난민 일부는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쓴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소방대와 폭동진압 경찰이 긴급출동해 진화에 나섰으나, 시위대가 타일 조각과 집기류를 던지며 저항해 조기에 불길을 잡는 데 실패하면서 불길은 21일 아침에야 간신히 잡혔다. 샌디 로건 호주 이민부 대변인은 “응급대응팀이 질서 회복을 위해 밤샘 작업을 했다”며 “기적적으로 사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난민 신청자들을 본섬에서 2600㎞ 떨어진 크리스마스섬의 수용소에 구금했다가 추방하는 정책을 펴왔으나, 최근 난민 유입이 급증하자 본섬에도 수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도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등지에서 6500여명의 보트피플이 호주로 밀려왔고, 12월엔 크리스마스섬 부근에서 난민들을 태운 밀입국 선박이 높은 파도에 휩쓸리며 침몰해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난민 급증에 따른 수용소 과밀, 장기 구금 등 열악한 처우 탓에 최근 몇달 새 수용자들의 폭동과 자살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호주 당국의 태도는 단호하다. 크리스 보언 이민부 장관은 21일 “수용자들이 이런 시위로 난민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정부를 잘못 고른 것”이라며, “이들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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