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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파키스탄 정보부, 탈레반 배후?

등록 2011-05-15 20:25

“정보부가 비호해 탈레반 계속 활동”
미국 외교전문 “정보부=테러조직”
정보기관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이중 플레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파키스탄 정보부를 비난하는 쪽은 탈레반과 연계된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라덴이 잡히지 않았던 것도, 탈레반이 뿌리뽑히지 않는 것도 파키스탄 정보부의 비호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에는 파키스탄 정보부가 탈레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의 영국 런던정경대 보고서가 나왔다. 탈레반 간부 9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 보고서에는 파키스탄 정보부 요원이 탈레반 최고위급 지도자 15명이 참석하는 회의인 ‘퀘타 슈라’에 동석한다는 증언까지 실렸다.

보고서는 파키스탄 정보부가 탈레반에 자금을 대고 훈련도 시켜준다고 밝히면서 “탈레반 지원은 파키스탄 정보부의 공식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의 전 수장 아므룰라 살레는 지난 6일치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도 파키스탄 정보부의 안가에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 정도로 끈끈하다는 의혹을 받는 파키스탄 정보부와 탈레반의 인연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부터 시작한다. 반소 항전에 나선 무자헤딘(아프간 이슬람 전사들) 지원에 나선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말도 통하지 않고 조직망도 부족한 상태에서 파키스탄 정보부에 의존해야 했다. 파키스탄 정보부는 1980~90년대에 무자헤딘 8만3000여명을 훈련시켜 아프간으로 들여보내는 일을 떠맡았다. 탈레반은 소련군이 물러난 뒤엔 파키스탄 정보부의 후원 등에 힘입어 다른 파벌들을 제치고 1996년 중앙권력을 장악한다. 이런 관계는 파키스탄 정부가 2001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면서 ‘청산’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보부는 이전의 관계를 은밀하게 유지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말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엔 탈레반과의 연계 등을 이유로 파키스탄 정보부가 테러조직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또다른 외교전문은 파키스탄 정보부가 국내에서 친탈레반 무장세력을 이끄는 잘랄루딘 하카니 쪽에 돈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하카니는 미국인들을 살해하는 전사들에게 돈을 대며 그들을 훈련시키는 인물로, 양국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라며 대놓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파키스탄 정보부와 탈레반의 관계가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말도 있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나서 지나치게 원리주의적이고 독단적인 면을 보이자 경계심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9·11 테러 직후 파키스탄 정보부 차장이 아프간을 방문해 빈라덴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가 면박만 당한 일도 불화설의 소재가 됐다.

파키스탄을 둘러싼 복잡한 지정학적 방정식을 고려하면 여러 곳에 발을 담그는 정보부의 전략이 현명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아프간전을 지휘하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국 중부군사령관조차 “우리가 파키스탄 정보부에 자금을 지원해 (탈레반을 비롯한) 조직들을 만들게 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파키스탄 정보부와 탈레반 사이에) 관계가 남아 있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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