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확보 차원
1마리당 연 CO2 1톤 배출
1마리당 연 CO2 1톤 배출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야생 낙타를 대량도살할 예정이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낙타 한 마리는 연간 이산화탄소 1t에 맞먹는 메탄가스 45㎏을 배출하는데, 호주의 아웃백(오지)에는 야생 낙타가 100만마리나 살고 있다.
<더 오스트레일리안> 등 현지 언론은 8일 호주의 탄소배출권 거래 회사인 ‘노스웨스트 카본’이 정부에 제출한 이 계획안이 의회의 허가를 받으면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도살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낙타가 방귀로 연간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소의 35㎏보다도 훨씬 많고, 차량 한대가 2만㎞를 달릴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4t의 4분의1, 대형 비행기 한대가 7000㎞를 비행할 때 배출하는 1t과 맞먹는다. 1인당 탄소배출량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호주로서는 낙타가 눈엣가시같은 존재인 셈이다. 노스웨스트 카본의 보고서는 낙타 한마리가 보통 연간 1t의 식물을 먹는 것까지 감안하면 1마리를 도살했을 때 최소한 15t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헬리콥터 등에서 낙타에 총을 쏴 몬 뒤 도살장에서 처리되며, 고기는 애완동물용 식품을 만드는 재료로 쓰여질 예정이다. 19세기 내륙지방 이주를 위해 수입됐던 호주 낙타는 자동차가 상용화된 뒤 버려져 야생상태에서 개체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정부의 계획이 알려지자 일방적인 도살에 대한 비판여론도 치솟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인간이 낙타보다도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비꼬았다. 동물애호가들은 불임을 유도하는 알약을 먹이자는 대안을 제시하지만, 개체수를 줄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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