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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권력비리 증언 뒤 목숨 위협받아”
아프간 중앙은행 총재 미국 도피

등록 2011-06-28 21:30

아프가니스탄은행의 압둘 카디르 피트랏 총재
아프가니스탄은행의 압둘 카디르 피트랏 총재
대통령 친형·측근 수억달러 특혜대출 여파로
카르자이 “비리에 책임 문제 있는 인물” 역공
중앙은행 총재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외국으로 도피한다? 음모론적인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실제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형까지 연루된 특혜대출 복마전의 여파다.

중앙은행인 아프가니스탄은행의 압둘 카디르 피트랏(사진) 총재는 28일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내 목숨이 아주 위험한 지경에 놓였다”며 자리에서 물러나고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열흘 전께 미국에 온 피트랏은 가족이 워싱턴에 살고 자신도 미국 영주권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27일 의회에서 카불은행의 특혜대출에 대해 증언한 뒤 “긴급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현직 중앙은행장의 국외 도피로 이어진 특혜대출 사건은 지난해 2월 <워싱턴포스트> 기사로부터 비롯됐다. 아프간 최대 민영은행인 카불은행은 특혜대출의 소굴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형이나 사촌 등 친인척과 측근들이 이 은행 돈을 빌려 두바이에 수백만달러짜리 빌라를 구입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다. 부패에 익숙한 아프간인들이었지만 파장이 컸고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까지 일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은 금융기관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금융지원을 축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특혜대출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 아프간 정부는 4억6700만달러(약 5057억원)의 돈이 정식 대출 서류나 담보 없이 대출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제개발처는 특혜대출 규모가 8억5000만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아프가니스탄은행도 이 문제에 대한 조사와 감독에 참여했다.

하지만 은행을 사금고처럼 사용한 카불은행 대주주들은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세계적 포커 선수로 카르자이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대온 셰르칸 파누드가 지분 28%를 가졌고, 카르자이 대통령의 형 마무드 카르자이도 7%를 보유하고 있다. 또 부통령의 형제 등 다른 유력자들도 지분을 보유했었거나 지금도 가지고 있다.

피트랏은 “대출자들이 돈을 갚도록 압력을 넣어달라고 10개월 전부터 수사당국에 요구했지만 협조를 얻지 못했다”며 “유력자들은 처벌받지 않고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 증언 때도 수사당국의 요구로 특혜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실명을 거론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특혜대출액 9억달러 중 6200만달러만 회수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대주주들과 그 주변인들이 돈을 상환하지 않고 입을 씻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 간 피트랏의 ‘입’은 추가폭로 여부에 따라 아프간 부패스캔들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카르자이 대통령 쪽은 피트랏도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며 역공을 가했다. 대통령궁 대변인 와히드 오마르는 “피트랏도 카불은행의 비리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 명단에 올라있다”며 “그는 사임한 게 아니라 중앙은행 수뇌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자 도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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