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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호주 원주민 ‘끝나지 않는 비극’

등록 2011-06-29 21:03수정 2011-06-29 21:50

51만명…전체 인구의 2.3%
소년원 수감자중 59% 차지
실업률 높고 평균수명 짧아
식민지 질곡 역사 ‘그대로’
현재 43살의 애버리지니(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페이비언 브라운, 부족명으로는 자방가르디는 17살 이후로 절도와 폭력 혐의로 감옥과 집을 오가며 살아왔다. 그는 알코올중독자이며, 가끔 법원에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통역을 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직업이 없다. 그는 여전히 술을 마시지만 문제가 생길 만한 자리를 피하는 방법으로 최근 2년간 감옥에 갇히는 것을 면해왔다. 이 처참한 일생은 애버리지니 사이에서는 그냥 ‘보통 인생’이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원주민 범죄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호주 의회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51만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3%에 불과한 애버리지니는 호주 전체 수감자의 25%에 이른다. 다른 인종보다 수감률이 18배나 높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범죄다. 호주의 전체 소년원 수감자 중 59%가 애버리지니다. 다른 인종의 청소년보다 28배나 높은 수치다. 사태를 방치한다면 애버리지니의 다음 세대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브라운은 <에이피>(AP) 통신에 “내가 아는 대부분의 소년들이 감옥에 갔다 왔다”고 말했다. 애버리지니 청소년 사이에서 소년원 수감은 일종의 ‘성인식’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떤 애버리지니는 더럽고 가난에 찌든 원주민 캠프보다 감옥이 더 살기 좋다고 여긴다.

애버리지니에 관한 통계는 처참하다. 의회 보고서를 보면, 상당수가 60여개의 원주민 캠프에 사는 애버리지니의 평균수명은 호주 전체의 평균수명보다 10살이나 낮다. 애버리지니 성인의 70%가 난청을 겪고 있는데, 대부분 어린 시절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해 중이염을 심하게 앓은 탓이다. 애버리지니의 수입은 평균보다 3분의 1이나 낮고, 실업률은 16%에 이른다. 호주의 성인실업률은 5% 수준이다. 애버리지니의 2.5%는 뇌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데, 대부분이 엄마가 임신 기간에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다. 브라운이 말하는 대로 “감옥에 가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을” 정도다.

1788년 백인 이주민들이 들어오기 이전에는 100만여명의 원주민이 드넓은 호주 땅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 처음 겪는 질병과 가혹한 식민지 탄압으로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고, 220년이 지난 지금도 가난과 차별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원주민들에게 복지수당을 주고 있지만 상당수는 술을 사는 데 써버리는 상황이다.

의회는 정부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작성을 이끈 샤인 누먼 노동당 의원은 “애버리지니의 수감률은 지난 10년간 남자가 55%, 여자는 47%나 높아졌다”며 “이는 분명히 ‘빌어먹을’ 수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의회는 애버리지니의 건강, 교육, 고용 등에 대한 행동목표를 40개나 제시했다고 호주 방송사 <에이비시>(ABC)는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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