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총선…‘지성·미모·오빠후광’ 잉락 압승할 듯
수렴청정·선심공약 논란…탁신귀환 ‘혼란’ 예상
수렴청정·선심공약 논란…탁신귀환 ‘혼란’ 예상
7월3일 일요일 치러지는 타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44)의 총리 당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를 칭할 때 주로 붙는 수식어인 ‘예쁘고 부자인데다 똑똑하기까지 한’ 이미지가 오빠의 후광까지 등에 업고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신의 ‘수렴청정’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방콕대학이 지난 16~22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방콕 시민의 37.9%가 탁신과 잉락의 당인 프어타이당을 지지하고 있다. 현 집권당인 민주당 지지는 22.2%에 불과했다. 그동안 방콕은 민주당의 아성으로 여겨져 왔다. 12만명을 대상으로 한 최대규모의 설문조사인 수안두싯라차팟 대학의 조사는 프어타이당이 51.5%의 의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별 이변이 없는 한 프어타이당이 제1당을 차지하고 연립내각을 구성해 잉락을 총리로 추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잉락은 탁신이 “나의 후계자가 아니라 클론(복제 인간)”이라고 말했다시피, 한명의 독립된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탁신의 ‘아바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부동산 업계의 성공한 최고경영자이긴 했지만 정치 이력은 거의 없다. 프어타이당의 선거 구호 또한 “탁신은 생각하고, 프어타이는 행동한다”로 총리후보인 잉락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사실상 탁신이 수렴청정을 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민주당도 이런 약점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들은 ‘프어타이가 승리하면 부패한 전 정권이 다시 돌아온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현 총리 아피싯 웨차치와는 지난해 봄 ‘레드 셔츠’(탁신 지지자)의 시위를 유혈진압하고 지금까지 위태롭게 정국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잉락은 탁신 못잖은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며 ‘아바타’ 논란을 정면돌파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9일 잉락의 정책은 ‘포퓰리즘’이란 논란을 빚었던 탁신의 재정확대 정책, 이른바 ‘탁시노믹스’의 확장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30%인 법인세를 2년 뒤에 20%로 낮추기로 약속했고, 학교에 들어가는 80만명의 학생들에게 모두 태블릿피시(PC)를 한대씩 주기로 했다. 농부들에게 신용카드를 나눠주고, 전국 7만3000개 마을에는 각각 200만밧(약 6952만원)씩 준다는 공약도 있다. 베엔페(BNP) 파리바의 경제학자 추띠마 워라몬시가 “모든 공약을 지키려면 2640억밧(약 9조823억원)이 들 것”이라고 추산할 정도로 엄청난 선심성 공약이다. 민주당 또한 모든 직장인의 임금을 2년 안에 25% 올려주겠다며 맞불을 피웠지만 역부족이다.
프어타이당이 승리해도 타이 정국은 한동안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바이에 머물고 있는 탁신이 돌아온다면, 반탁신주의자들인 ‘옐로 셔츠’가 거리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탁신에 거부감을 가진 군부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한편으로는 군부와 탁신 사이의 뒷거래에 대한 추측도 무성하다. <방콕 포스트>는 30일 탁신의 측근이 브루나이에서 군부 관계자와 만나 군부가 탁신의 귀국을 용인해주는 대신 프어타이당은 ‘레드 셔츠’에 대한 군부의 유혈진압 책임을 묻지 않는 밀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잉락은 즉시 “소문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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