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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잉락, 탁신업고 총선 승리…레드셔츠 ‘친서민’에 열광

등록 2011-07-03 21:48수정 2011-07-03 23:20

[타이 총선] 프어타이당 과반 의석 넘어
집권 민주당 패배 시인
출구조사서 313석 집계
유혈충돌 14개월만에
압도지지로 기득권 심판
“탁신 부패에는 관심없다”

3일 치러진 타이 총선에서 망명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프어타이당이 승리했다. 탁신을 대신해 프어타이당을 이끈 여동생 잉락 친나왓이 타이 사상 첫 여성총리로 정국을 이끌게 됐다.

92%가 개표된 이날 밤 8시 반 현재(현지시각), 선관위의 중간개표 결과에 따르면, 프어타이당은 총의석 500석 가운데 과반인 260석을 이미 차지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163석에 그치고 있다. 앞서 출구조사에서는 프어타이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313석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당수인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개표가 진행중인 이날 밤 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결과는 명확하다”며 “프어타이당이 선거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이 패배했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이번 선거는 결국 ‘탁신에 대한 선거’였다. 지난해 5월 유혈진압으로 끝나긴 했지만 탁신 지지자인 ‘레드셔츠’의 격렬한 도심 시위가 현 정부로부터 실시 약속을 이끌어낸 조기총선인데다, 탁신 전 총리의 ‘아바타’라고 불리는 여동생 잉락 친나왓이 새로운 탁신 정당의 지도자로서 선거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쿠데타와 부패혐의 재판 등으로 권좌에서 축출된 탁신은 이번 선거를 통해 또다시 정치복권을 성취했다. 그는 2001년 이후 치러진 5차례의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정당이 모두 승리하는 위력을 보였다.

두바이에서 망명중인 탁신은 이날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평화적 방법으로 변화를 원했다”며 “정치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며 모두를 용서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2월 딸의 결혼식에 맞추어 귀국할 것으로 예측된다.

화교 출신의 재벌이었던 그는 여전히 타이의 도시빈민과 농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탁신은 재임 도중 농촌과 도시빈민을 위한 파격적인 정책을 많이 내놨고, 이는 엘리트들에게는 포퓰리즘적인 ‘탁시노믹스’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수많은 레드셔츠를 양산하기도 했다. 그가 2006년 쿠데타로 물러난 뒤 빈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심화돼왔다. 지난해 타이의 국민총생산(GDP)은 7.6%나 성장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고, 도리어 높아지는 물가상승률에 고통만 받는 상태다.

탁신에 대한 빈민들의 지지는 타이 북부 농촌에 살고 있는 나이추 까말라(63)의 말에 농축돼 있다. 그는 영국 <가디언>에 “나는 탁신이 부패했는지는 관심이 없다. 타이 정치인들은 모두 부패했기 때문”이라며 “그 모든 부패한 정치인 중에서 우리에게 돈을 준 것은 탁신뿐”이라고 말했다. 까노끄랏 바원삐푼(47)도 <아에프페>(AFP) 통신에 “프어타이당은 자신이 말한 것을 지켜왔다”며 탁신 오누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탁신과 타이 정국 10년
탁신과 타이 정국 10년
“탁신에게서 사업과 정치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잉락은 선심성 정책에서는 한술 더 뜨고 있다. 그가 내세운 정책의 면면을 보면, 법인세 인하, 농부들에게 신용카드 발급, 전국 7만3000개 마을에 각각 200만밧(6952만원) 지급, 입학하는 80만명의 학생들에게 태블릿피시(PC) 지급 등이다. ‘퍼주기’ 논란이 가중될 수도 있지만 덩달아 빈민층의 기대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가디언>은 타이 국민들이 탁신을 최초로 직접민주주의로 인해 탄생한 총리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전 총리들은 모두 정당 간의 합의로 탄생한 데 비해 최초의 민주주의 지도자로 뽑힌 탁신이 결국 쿠데타에 의해 물러났다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번 선거가 엘리트 중심의 왕정복고주의자들과 탁신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자들의 대결 구도가 됐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탁신의 행보는 정국 태풍의 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잉락은 늘 “모든 정치적 경제적 계층의 화합”을 주장하며 총리로 선출되면 탁신의 사면을 추진할 것임을 넌지시 암시하는 중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 타이 총리 유력 잉락은 누구

‘오빠 탁신’ 등에 업고 한달사이 벼락스타로 ‘대리인 이미지’ 한계

타이 최초의 여성총리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잉락 친나왓(43)은 지난해까지, 말 그대로 성공한 재벌 2세에 불과했다. 탁신 일가 9남매 중 막내인 그는 치앙마이대학에서 정치학, 미국 켄터키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오빠가 설립한 친그룹에서 여러 고위직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탁신이 2006년 쿠데타로 물러나면서 친그룹이 싱가포르에 팔리자, 계열사 중 하나였던 부동산개발기업 ‘에스시(SC) 애셋’을 맡아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결혼을 하지는 않았으나 사실혼 관계인 기업가 아누손 아몬찻과의 사이에 아들 1명을 뒀다.

그가 타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5월17일 프어타이당이 총리 후보로 그를 지명하면서부터다. 그리고 한달 새에 그는 타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수려한 외모와 친밀감 넘치는 태도, 오빠 탁신의 후광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덕분이다.

탁신의 존재는 그에겐 양날의 칼이다. 탁신은 총리후보 지명을 얼마 앞두고 브루나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잉락)가 나의 후계자라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는 나의 클론(복제인간)이다”라고 말했다. 프어타이당의 선거 구호가 “탁신은 생각하고, 프어타이는 행동한다”라는 점에 비춰 볼 때 그의 존재는 탁신의 ‘대리인’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친다.

잉락은 탁신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에이비시>(ABC)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나를 클론이라고 표현한 것은 내가 그의 정치이념을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탁신이 나를 완전하게 조종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선거 과정에서 오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유세에서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탁신의 막내 여동생입니다”라고 첫말을 꺼낸 뒤 “오빠는 항상 국민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자, 두바이까지 들리게 함성을 질러 봅시다”라고 외쳤다. 대부분이 탁신의 지지자인 관중들은 열광적인 환호로 호응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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