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잉락 ‘레드셔츠 파티’땐 타이 군부 부메랑 우려

등록 2011-07-04 20:28

‘탁신 귀국·시위진압 처벌’ 지지자 요구 등 군부 자극
타이 북동부 우돈타니주의 레드셔츠 지도자 크완차이 쁘라이빠나는 뜨거웠던 지난해 방콕의 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레드셔츠의 도심 점거가 와해된 뒤 테러 혐의로 9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그는 “91명이 그곳에서 사망했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이번 선거전을 치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제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권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타이는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조기 총선 다음날인 4일 타이는 거대한 붉은 물결에 휩싸였다. ‘레드셔츠’로 대표되는 프어타이당의 지지자들은 붉은 옷을 입고 총선 승리를 자축했고, 선거 결과를 알리는 타이 지도는 프어타이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으로 뒤덮혔다. 탁신의 ‘아바타’ 잉락 친나왓이 이끄는 프어타이당은 지역구에서 204석, 전국구에서 61석을 얻어 합계 265석으로 타이 의회 500석의 과반수를 넘겼다. 연정을 하지 않고도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숫자다.

현 타이 집권층은 압도적인 선거 결과를 속절없이 인정했다. 현 총리인 아피싯 웨차지와는 이날 민주당 대표직을 내놨고, 군부도 “선거 결과를 인정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쁘라윗 웡수완 국방장관은 “군부 지도자들에게 정치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군부는 개입하지 말자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밝혔다. 잉락은 군소정당 대표들과 연쇄회담을 벌여 5당 통합 연정을 발표하며 외연 넓히기에 성공했다.

겉으로 보기에 타이 정국은 상당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서 생기는 혼란과 군부의 쿠테타 우려 등이 상당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위태위태한 외줄타기나 마찬가지다.

잉락 정부가 지지자들에 떠밀려 레드셔츠의 한 풀기에 나설 경우 정국은 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레드셔츠는 탁신의 사면·귀국과 지난해 봄 진압 책임자들의 처벌을 주장하고 있는데, 두 사안 모두 큰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탁신의 귀국은 반탁신주의자인 ‘옐로셔츠’와 군부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책임자 처벌은 군부를 자극할 우려가 큰데, 1930년대 이래 18번이나 쿠테타를 시도한 전력을 가진 군부는 여전히 타이의 가장 강력한 정치집단이다. 반탁신 정서가 강한 엘리트들의 힘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친탁신 집권당이었던 피플파워당은 2008년 집권 1년만에 부정선거 혐의로 해산된 바 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잉락이 내놓은 각종 선심성 공약들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방콕대학 수퐁 림타나꾼 연구원은 <시엔엔>(CNN)에 “공약을 다 지키려면 최대 7.5조바트(262조)가 드는데, 이는 한해 예산의 5배가 넘는 돈”이라며 “나라가 1년 안에 파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탁신 시절같은 ‘돈 살포’를 기대하고 있는 핵심 지지층의 열망을 저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