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국 출신 20만명…“주1일 쉬게” 정부 제안에 열띤 논쟁
싱가포르의 가사도우미에겐 주말이 없다. 대부분이 인접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20여만명의 싱가포르 가사도우미는 365일 쉴 새 없이 일한다. 이런 싱가포르에서 최근 이들에게 정식으로 휴일을 주자는 논의가 나오면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8일 최근 싱가포르 건강체육부 장관인 할리마 야콥이 가사도우미에게도 1주일에 하루 의무적인 휴일을 주자는 제안을 내놓아 노동자 권리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사도우미는 정식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법정 휴일에 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싱가포르에서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도우미를 두는 것은 ‘필수’에 가깝다. 싱가포르에서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우선 420만원 정도의 고용보장기금을 내고, 한달에 23만~60만원 정도의 월급을 준다. 보통 계약은 2년 정도다. 싱가포르 노동단체인 티더블유시티(TWCT)의 빈센트 위제이싱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데 상당한 돈을 썼기 때문에 그들이 놀러나가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임신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도우미가 계약기간 안에 일을 못하게 되면 고용보장기금을 떼일 수도 있다.
휴일 문제 외에도 도우미에 대한 신체·정신적 학대도 문제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도우미에 대한 신체적 학대가 여러번 사회 문제로 떠올라 직접 몸에 손을 대는 사례는 많이 줄었지만 정신적 학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민자인도주의단체(HOME)의 브리짓 탄은 “도우미가 새로 오면 우선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밖으로 연락을 전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휴일도 주지 않는다”며 “이런 취급에 견디다 못해 도망가는 도우미의 수가 1년에 10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1주일에 46.6시간이라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 기록을 갖고 있고 육아휴직도 16주밖에 되지 않는 등 세계에서 가장 노동 조건이 열악한 국가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