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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46년만의 사과’ 인도-파키스탄 녹였다

등록 2011-08-15 20:46

1965년 전쟁때 인도 민항기 격추 파키스탄 조종사
인도쪽 조종사 딸 찾아 “잘못을 사죄합니다” 편지
“우린 모두 전쟁이라는 비극의 희생자” 화해 답장
인도인 파리다 싱은 지난 5일 ‘조의’라는 제목이 적힌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읽어본 뒤 그는 한동안 슬픔과 회환, 감동이 뒤범벅된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그 메일은 1965년 자신의 아버지가 몰던 비행기를 격추시킨 파키스탄 공군 조종사 콰이스 후사인이 쓴 것이었다.

한 전투기 조종사가 보낸 46년 만의 사죄 편지가 수십년 동안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을 뒤흔들고 있다고 <인디안 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들이 13일 전했다. 편지를 보낸 콰이스 후사인은 인도-파키스탄 사이에 벌어졌던 이른바 ‘1965 전쟁’당시 인도 공군의 기술자였던 자한기르 싱이 몰던 민항기를 격추시켰다. 비행기에는 자란기르 외에도 구자라트주 지사 부부와 기자 등 모두 8명이 타고 있었다.

콰이스는 편지에서 “매우 소중한 사람을 잃은 당신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46년 전에 일어났던 당신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만나뵙고 사죄할 수 있다면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썼다. 파리다는 10대 때 아버지가 사망한 뒤 평생 응어리졌던 마음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후사인에게 이렇게 답장을 썼다. “편지를 쓰는 데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 압니다. 이 답장을 쓰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으니까요. 그 사건은 그 뒤 우리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요. 하지만 이것은 비극적인 전쟁의 혼란 중에 일어난 사고입니다. 우리는 모두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게임의 희생자들이에요.”

콰이스는 편지에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설명해 놓았다. 그는 인도 비행기 1대가 정규항로를 벗어나 파키스탄 국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출격했고, 당시 그 비행기를 육안으로 보기도 했다. 그는 그 비행기가 두개의 엔진을 가진 비치크라프트의 민항기라는 것을 확인해 보고했고 공격을 멈추라는 명령이 내려올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몇분 뒤 지직거리는 무전에서 들려온 것은 인도군의 정찰기인 것 같다는 설명과 함께 온 격추명령이었다. 그는 기지로 귀환한 뒤 자신이 격추한 것이 민항기였다는 라디오 뉴스를 듣고 크게 좌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높아져만 가던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긴장 때문에 사과할 기회를 놓쳤고, 그렇게 46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은 두 나라 사이 평화를 원하는 언론인들이 만든 ‘아만 키 아샤’(평화를 향한 희망) 웹사이트에 처음 보도된 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 <시엔엔>(CNN)은 1947년 독립 이후 몇차례나 전쟁을 벌이고 아직도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이 ‘화해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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