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쌍의 남녀 배우가 ‘공중 대나무’공연을 하고 있다. 자이아 제공.
‘동양의 라스베가스’ 마카오에서 쇼와 서커스, 어때요?
80년대 홍콩영화를 보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범죄자가 최후의 순간 보트를 타고 도망가는 곳이 있다. 홍콩에서 배로 약 1시간, 온갖 폭력과 도박의 소굴로 묘사된 도시…바로 마카오다. 지금은 치안이 거의 안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마카오는 도박의 도시다. 서울의 한 구만한 작은 크기에 카지노는 26개나 될 정도다. 밤이면 거대한 성같은 크기의 카지노들이 저마다 황금색 붉은색 불빛을 반짝이며 아시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카지노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도 마카오에서 즐길 거리는 있다. 바로 다양한 쇼와 서커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도박의 도시인 라스베가스에 온갖 화려한 쇼들이 발달했듯이, 마카오의 호텔과 카지노들도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여러가지 쇼를 개발하고 있다. ‘퀴담’·‘바레카이’등으로 국내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태양의 서커스’도 마카오 베네치안 호텔에 상설무대를 열고 서커스쇼 ‘자이아(ZAIA)’를 공연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 ‘자이아’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는 배경. 높다란 무대 꼭대기에서 붉은색 밧줄이 툭하고 떨어진다. 어릿광대가 줄을 살짝 잡아 당기자 무대에 잠겨 있던 지름 7m의 거대한 구가 서서히 떠오르고 한 소녀가 그 구에 타 객석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쇼가 시작된다.
‘자이아’란 그리스어로 삶 또는 생명을 의미한다. 소녀 자이아가 우주여행을 통해 인류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것을 나누고자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여자아이가 달에 앉아 있는 한 장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고 한다. 2008년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됐고 이후 새로운 공연 요소들로 재구성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1일 ‘자이아-재탄생(Reborn)’ 행사를 가졌다. 90분간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연… 75명의 배우들이 90분간 펼치는 여러 공연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한쌍의 남녀 배우가 하나의 봉에 매달려 회전하는 ‘공중대나무’는 마치 우주인들이 무중력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유연하고 우아하다. 또 양 팔을 두 가닥 탄력 있는 밧줄에 매고 무대에서부터 꼭대기까지 30여m를 쉴새없이 날아다니는 ‘공중 밧줄’ 공연도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마카오에서 하는 공연이다보니 아시아적인 요소도 녹아들어 있다. 중국계 단원들이 사자탈을 쓰고 나와 묘기를 선보이기도 하고, 26m 길이의 거대한 용이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타고 객석과 무대를 날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어디서도 본 적없는 신기한 기예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공중그네’나 ‘저글링’ 등은 이미 한국 관객들도 여러 번 본 듯한 수준의 공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대 장치에 공을 많이 들였고, 전체 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볼 거리는 충분하다. 천장에 달려 있는 레일을 타고 객석과 무대를 오가는 7m 지름의 구에는 6개의 프로젝터가 들어있어서 계속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고, 광섬유로 만든 무대 뒤 스크린에서는 아름다운 별자리들이 반짝거린다. 형형색색의 복장을 한 배우들이 쉴새 없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또 ‘북극곰’ ‘자전거 탄 우주인’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품들이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사이사이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거대한 무대 뒤에는 한국인 스태프도…
자이아 무대는 위로 30미터, 아래로 24미터의 거대한 규모다. 배우들은 무대 밑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재주를 넘는다. 전체 18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 공연장을 만들고 무대를 준비하는데 1억5천만달러, 현재 환율로는 16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큰 규모의 쇼를 진행하려면 스태프들도 많이 필요하다. 의상팀·조명팀·특수효과팀 등 10여개 팀에서 100여명의 스태프들이 무대뒤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번의 실수가 큰 부상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서커스 공연인만큼 의상도 곡예를 방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만들어진다. 의상팀에는 출연하는 모든 배우의 얼굴이 석고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배우를 매번 부르지 않고도 얼굴에 딱 맞는 소품과 모자등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한국인 유은경씨도 의상팀에서 일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 퀴담 내한공연을 보고 첫눈에 반해 수년간 준비한 끝에 지난해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됐다는 유씨는 “배우들이 입는 의상과 소품 등을 다 합하면 거의 1500개에 달하는데 공연이 끝나면 매번 검사하고 손질하는 등 작업을 해야한다” 고 의상팀의 작업을 설명했다. 유씨는 이어 “자이아는 무대규모가 워낙 커서 다른 나라에서의 공연이 어려울 것 같다”며 “한국 분들이 많이 오셔서 좋은 공연 관람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카오 기타 공연과 즐길 거리
마카오에는 자이아말고도 훌륭한 공연들이 있다. 물을 이용해 온갖 쇼를 선보이는 ‘댄싱 워터’(The house of Dancing Water)도 자이아와 함께 손 꼽히는 공연이다. 음악과 빛에 따라 아름답게 일렁이는 분수쇼(Performance Lake)도 볼 만 하다.
또 마카오에는 세계문화유산만 25개가 있다. 특히 400여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온 역사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가 조화를 이룬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마카오 자체가 워낙 작아 몇시간 정도면 유명한 관광지들은 거의 둘러 볼 수 있다.
1580년에 지어진 성바울 성당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세 번의 대화재로 인해 건물 정면 외벽만을 남긴 채 모두 불타버렸지만 바로크식의 성당에 라틴어가 아닌 한자로 문구가 새겨져 있는 등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마카오만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카오의 최대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세나도 광장도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아시아 최초의 유럽식 광장으로 하얀색과 파란색의 물결무늬 타일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기아 요새, 성 도미니크 성당, 아마 사원 등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마카오/글·사진 박상철 기자 justin22@hani.co.kr
자이아 공연도중 등장하는 길이 26미터의 거대한 용. 자이아 제공.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함께나와 인사하고 있다. 자이아 제공
‘자이아’란 그리스어로 삶 또는 생명을 의미한다. 소녀 자이아가 우주여행을 통해 인류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것을 나누고자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여자아이가 달에 앉아 있는 한 장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고 한다. 2008년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됐고 이후 새로운 공연 요소들로 재구성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1일 ‘자이아-재탄생(Reborn)’ 행사를 가졌다. 90분간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연… 75명의 배우들이 90분간 펼치는 여러 공연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한쌍의 남녀 배우가 하나의 봉에 매달려 회전하는 ‘공중대나무’는 마치 우주인들이 무중력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유연하고 우아하다. 또 양 팔을 두 가닥 탄력 있는 밧줄에 매고 무대에서부터 꼭대기까지 30여m를 쉴새없이 날아다니는 ‘공중 밧줄’ 공연도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마카오에서 하는 공연이다보니 아시아적인 요소도 녹아들어 있다. 중국계 단원들이 사자탈을 쓰고 나와 묘기를 선보이기도 하고, 26m 길이의 거대한 용이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타고 객석과 무대를 날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어디서도 본 적없는 신기한 기예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공중그네’나 ‘저글링’ 등은 이미 한국 관객들도 여러 번 본 듯한 수준의 공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대 장치에 공을 많이 들였고, 전체 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볼 거리는 충분하다. 천장에 달려 있는 레일을 타고 객석과 무대를 오가는 7m 지름의 구에는 6개의 프로젝터가 들어있어서 계속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고, 광섬유로 만든 무대 뒤 스크린에서는 아름다운 별자리들이 반짝거린다. 형형색색의 복장을 한 배우들이 쉴새 없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또 ‘북극곰’ ‘자전거 탄 우주인’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품들이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사이사이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거대한 무대 뒤에는 한국인 스태프도…
지난해 11월부터 자이아 의상팀에서 일하고 있는 유은경씨. 한국 국적으로 태양의 서커스에서 일하는 단 2명중 한명이라고 한다.
의상팀에는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얼굴이 석고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의상팀 직원이 배우의 얼굴에 분장을 시켜주고 있다. 보통 배우 자신이 분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익숙해지면 30~40분이면 끝난다.
대화재로 건물 앞부분만 남은 성 바울 성당. 동서양의 독특한 결합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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