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인터넷서 7만건 차단 ‘작전실’ 첫 공개
타이의 정부 청사 안. 네온등이 켜진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창문 없는 큰 방이 하나 나온다. 방 안에선 컴퓨터 전문가들이 바쁘게 인터넷 사이트들을 돌며 사진과 기사, 페이스북 게재 글들을 꼼꼼이 살펴보고 있다.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푸미폰 아둔야뎃(84) 국왕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비방’이다.
지난 7월 총선에서 승리한 잉락 친나왓 정부가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왕실 모욕 글 등에 대한 단속을 벌이는 ‘정보기술범죄예방국’을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타이 정부가 ‘작전실’(War room)이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수라차이 닐상 사이버조사관 등 10명의 컴퓨터 전문가들은 지난 4년 동안 무려 왕실 비방 등이 담긴 7만여건의 인터넷 페이지를 차단했다. 수라차이 조사관은 2006년 9월 군부 쿠데타 이후 반군주제 내용을 담은 인터넷 페이지들이 늘고 있다며, 직원수를 늘려 곧 24시간 감시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왕실 관련 내용에 대해) 은유법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 모욕으로 봐야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타이에선 국왕과 왕실에 대해 명예훼손·모욕을 법(형법 8조·112조)으로 금지하고 있어, 공개적으로 왕실을 비판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익명성에 기댄 왕실 비판이 늘고 있다는 게 타이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지난 8월 타이 국내·외 교수 112명은 왕실 모욕 금지법이 정적 등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어, 타이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는 서한을 잉락 친나왓 총리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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