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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인도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가 현실로

등록 2011-10-28 20:52수정 2011-10-28 23:01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월급 13만원 빈민청년, 퀴즈쇼 상금 11억원 ‘잭팟’
“빚 갚고 공무원시험 준비…어린이 도서관 짓겠다”
인도에서 ‘슬럼독 밀리어네어’(빈민굴 출신의 백만장자)가 실제로 탄생했다. 인도 동북부 비하르주의 시골마을 모티하리에 사는 가난한 청년 수실 쿠마르(28)가 ‘영화같은 ’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쿠마르는 텔레비전 오락 채널 <소니엔터테인먼트>의 인기 퀴즈쇼 ‘누가 1000만 루피를 가져갈 것인가’의 마지막 문제를 맞춰 상금 5000만 루피(약 11억 3000만원)의 ‘잭팟’을 터뜨린 첫 주인공이 됐다고 현지일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27일 보도했다.

쿠마르는 지난 25일 녹화된 최종 5라운드에서 마지막 한 문제를 남겨두고 잠시 망설였다. 이미 1000만 루피(약 2억2600만원)의 상금을 확보해둔 가운데, 마지막 13번째 문제에 도전해 맞추면 그 다섯배의 최고상금을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틀리면 상금 대부분이 날아가고 32만 루피(약 720만원)만 주어진다.

쿠마르는 과감히 도전을 선택했다. 주어진 시간은 45초.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8월 퀴즈쇼에 처음 출연한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1년여 시간이 한순간에 스쳐갔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정답이 확인되는 순간 스튜디오는 경탄과 흥분으로 들썩였다. 퀴즈쇼 진행자인 인도의 인기 국민배우 아미타브 바찬(69)은 “당신은 역사를 창조했다. 당신의 투지와 결심이 당신을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고 외쳤다. 2008년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휩쓴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진행자가 5000만 루피 수표를 건네자, 쿠마르와 신혼 4개월째인 아내 시마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쿠마르는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물론 너무나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문제를 보는 순간 답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를 찬찬히 응시했다. 그리고 4개의 선택지 중 2개는 답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돌이켰다. 퀴즈쇼 진행자 바찬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쿠마르는 “바찬과 같은 슈퍼스타를 실제로 만나는 게 꿈만 같았지만 엄청난 상금까지 받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쿠마르는 몹시 가난한 집안의 5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컴퓨터 강사와 지방정부 계약직으로 일해온 그의 한 달 수입은 6000루피(약 13만5000원)에 불과했다. 이것으론 신혼살림을 꾸리기도 버거웠다. 부모와 형제들은 다 허물어져가는 집마저 대부업자에게 저당잡힌 채 월세로 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주 정부에 계약직 잡일을 얻기 전까지는 텔레비전도 없어, 이웃집에서 퀴즈쇼 프로그램을 지켜봤다. 쿠마르가 문제들을 척척 맞추자, 이웃들이 퀴즈쇼 출전을 강력히 권했다. 방송에 출연하러 뭄바이 나들이를 한 게 난생 처음의 대도시 구경이었고, 비행기를 타본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쿠마르의 아버지 파텔은 현지 언론에 “만투(쿠마르의 별칭)가 어려서부터 학구적이고 뭐든 캐묻기 좋아했다”며 뿌듯해했다. 쿠마르는 상금으로 우선 집안의 빚을 갚은 뒤 부모님에게 좋은 집을 지어드리고 형제들에게 사업자금도 대주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마을에 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탄생한 퀴즈쇼 녹화분은 다음달 2일 인도 전역에 방송될 예정이다. 제작진은 5000만 루피짜리 ‘마지막 문제’를 그날까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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