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부품·HDD 공장 가동중단…관광산업도 타격
쌀 생산↓ 국제곡물가 들썩…경제피해 최대 18조원
쌀 생산↓ 국제곡물가 들썩…경제피해 최대 18조원
짜오프라야강은 넘치지 않았다. 타이 방콕의 홍수 위기가 29일 만조 최고수위를 무사히 넘김에 따라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미 큰 피해를 입은 북부 공업지대와 관광산업은 타이와 세계경제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 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수위가 2.65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29일 만조로 인한 역류는 다행히 높이 2.5m의 짜오프라야강 둑을 넘지 못했다. 짜오프라야강은 왕궁 옆을 지나가며 방콕 도심부를 통과한다. 왕궁은 물이 발목까지 잠겼다 빠졌다 하는 상황이지만 강변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물이 침범하지 못했다. 만조는 3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어서 위기감은 여전하지만 최고수위를 넘긴 만큼 방콕 도심이 물바다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켜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잉락 친나왓 타이 총리는 30일 방콕 시민들에게 “일부 지역이 조금 범람할 수는 있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31일부터는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은 전했다.
문제는 ‘동남아 생산기지’로 불리던 타이 공업지대의 홍수피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다. 이번 홍수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최대 18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혼다자동차 공장 등 각종 제조업 공장이 몰려있는 아유타야주 등이 홍수피해에 직격탄을 맞아, 전국적으로 최대 60만명 이상이 실업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6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될 경우 10만대 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타이 공장에서 부품 생산이 중단됨에 따라 일본 국내와 미국 공장의 가동시간을 줄이는 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전세계 컴퓨터 하드디스크(HDD) 시장에 미친 타격도 엄청나다. 타이는 전세계 하드디스크 생산량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하드디스크업체 웨스턴 디지털은 타이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시게이트사는 부품공급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벌써 하드디스크 가격은 20~40% 가까이 올랐고 이는 컴퓨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보도했다.
세계 곡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타이는 세계 쌀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쌀 생산 대국이다. 하지만 이번 홍수로 올해 쌀 생산량은 애초 전망치인 2500만t에서 1900만t으로 줄어들 것으로 타이 정부는 내다봤다. 타이뿐만 아니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도 홍수피해를 입은 상태라, 올 연말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홍수는 타이 전체 경제규모에서 6%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인 관광산업에도 큰 ‘악재’다. 올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이 27%나 늘어나면서 호황을 누리던 관광업계는 홍수피해와 그에 따른 이미지 하락으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고 <방콕 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광객이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형섭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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