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침수지역 방문했다 “놀러왔냐” 욕먹어
방콕 홍수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방콕 북부 수몰 지역을 방문한 잉락 친나왓 타이 총리가 주민들로부터 크게 욕을 먹었다. 주민들은 “놀러 왔냐”며 “다시는 오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잉락 총리는 3일 방콕 북부 돈므앙 지역을 둘러봤다. 이 지역은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상태로 빠지지 않고 있으며, 지역 안의 공항도 폐쇄돼 있다. 하지만 정부의 허술한 홍수대책에 분노한 주민들은 잉락에게 잇따라 험한 말을 내뱉었다. 한 여성은 “당신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려고 왔는지, 아니면 도와주려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소리를 질렀고, 한 노인은 “당신은 여기에 진짜 도와주려고 온 것이 아니라 놀러 왔다. 그러니 다시는 오지 마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잉락은 이날 방문을 마친 뒤 주민들의 반응에 크게 놀란 모습이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무겁다. 그리고 내가 조정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너무 압박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정치신인에서 총리가 된 지 3달밖에 안된 잉락은 현재 타이 내에서 엄청난 비난에 휩싸여 있다. 그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도시빈민·농민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당선됐지만 이번 홍수 사태에서 부자들이 사는 방콕 중심부를 지키기 위해 외곽지역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체면적의 20%가량이 홍수 피해를 입은 방콕에서는 아직도 홍수 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방콕 지하철역 3곳은 수위가 40㎝만 더 오르면 폐쇄해야할 상황이고, 수몰지역에서 수인성 전염병의 발병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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