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 따르는 자치주서
펑크록 콘서트 도중 65명 체포
긴 머리 깎이고 피어싱도 제거
경찰학교서 10일간 ‘도덕 훈육’
펑크록 콘서트 도중 65명 체포
긴 머리 깎이고 피어싱도 제거
경찰학교서 10일간 ‘도덕 훈육’
인도네시아 아체주의 펑크족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강제로 머리를 깎이고, 연못에 던져진 뒤 열흘 동안 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받게 된 것이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지난 10일 열린 펑크록 공연 도중 구금된 젊은이 65명이 경찰에 의해 ‘영혼 정화 의식’을 받았다고 14일 전했다. 경찰은 13일 이들의 ‘모히칸 머리’(머리 옆쪽은 짧게 깎고 가운데만 길러 위로 세운 스타일)를 자르고 몸에 달린 피어싱을 제거한 뒤 연못에 던져넣었다. 아체주 경찰서장인 이스칸다르 하산은 독일 <데페아>(dpa) 통신에 이들이 “샤워도 제대로 하지 않아 냄새가 나고 이슬람 기도도 하지 않는다”며 “여기는 자유국가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험한 꼴을 당한 이 젊은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펑크족들로, 10일 아체주 주도 반다아체에서 열린 펑크록 공연을 관람하다가 진압봉을 휘두르며 뛰어든 경찰한테 붙잡혔다.
구금된 펑크족 중 한명인 파우잔은 <에이피> 통신에 “우리는 아무도 해치지 않았고, 이것은 우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왜 우리가 범죄자처럼 취급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의 빡빡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경찰은 “우리는 인권을 침해하지 않았고 단지 그들을 올바른 도덕적 길로 이끌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인도네시아 인권위원인 누르 홀리스는 “경찰은 그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소명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이는 인권 침해”라며 조사 방침을 밝혔다.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아체주는 유일하게 이슬람식 율법을 따르고 있는 곳이다. 1만5000명이나 사망자를 냈던 오랜 독립투쟁 끝에 지난 2005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은 아체주는 협정 체결 조건으로 강력한 지방자치를 요구했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독특한 사법체계를 갖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