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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샌들 한짝 주워갔다고…인도네시아 15살 소년 5년형?

등록 2012-01-05 20:40

마구 폭행하고 기소한 경찰에
“큰비리 눈감고 작은 죄만 엄벌”
시민들 경찰서앞에 샌들 쌓아
인도네시아 중앙술라웨시주 팔루의 경찰서 앞에 수천개의 낡은 샌들이 산처럼 쌓였다. 경찰관의 낡은 샌들 한 짝을 훔쳤다가 5년형을 받을 위기에 처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답지’(?)한 샌들이다. 소년은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고, 경찰관은 수천개의 샌들을 떠안아야 할 처지가 됐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샌들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에 사는 15살 난 소년이, 4일 저녁 늦게 치러진 재판에서 범죄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방면됐다고 전했다. 소년의 이름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발표되지 않았다. 이 소년은 2010년 11월에 파출소 근처에 뒹굴고 있던 경찰관 아맛 루스디 하라합의 낡은 샌들 한 짝을 ‘버려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져간 죄로 6개월 뒤에 붙잡혀 재판을 받아왔다. 유죄가 확정되면 이 소년은 최대 5년형을 받을 수도 있었다. 당시 하라합과 다른 경찰 한명은 이 소년과 친구 두명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고 샌들을 다시 되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으로 인도네시아는 발칵 뒤집혔다. 평소 경찰이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사소한 범죄’만 이 잡듯이 뒤지는 행태에 반감을 가진 시민들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보호국가위원회’(NCCP)가 12월 말부터 벌인 ‘경찰관에게 샌들 보내주기’ 운동은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이 단체는 애초 1000개의 샌들을 모을 예정이었으나 일주일 만에 벌써 1200개가 모였고, 경찰서 앞에는 더 많은 샌들이 쌓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권단체 콘트라스의 활동가 인드리아 페르니다는 “이 소년이 받을 예정이었던 5년형은 최근 몇년 새 벌어진 대형 부패나 테러사건의 범인들보다 더 높은 형량”이라며 “시민들은 이런 행태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고 미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소년을 잡았던 경찰 하라합은 현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고, 같이 소년을 폭행한 경찰관은 1년간 승진이 금지되는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시위대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부패한 관리들은 경찰과 법원 모두에서 관대한 대접을 받고,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는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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