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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충칭통신원] “지하방공호가 피서지 됐어요”

등록 2005-07-20 18:08수정 2005-07-20 19:15

평일 밤 11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에도 인파로 북적이는 자링 지하광장. 1970년대에 군수공장 이전용으로 건설된 방공호이다.
평일 밤 11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에도 인파로 북적이는 자링 지하광장. 1970년대에 군수공장 이전용으로 건설된 방공호이다.
영화관·쇼핑몰 등 개조
 “요즘처럼 40도에 열대야가 계속될 때는 밤마다 오게 돼요.”

중국 충칭시 도심의 자링 지하광장에서 친구들과 늦은 밤시간을 시원하게 즐기고 있던 우윈은 “헬스장, 수영장 등 스포츠시설에서부터 식당과 옷가게, 복합영화관, 술집, 디스코텍까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 수시로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패션 가게가 몰려 있는 사핑바나 싼샤 지하광장도 자주 들린다”며 방공호를 개조한 쇼핑몰 예찬론을 폈다.

서부대개발의 중심인 충칭시의 방공호가 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속속 거대 쇼핑몰과 오락시설로 변신하고 있다. 충칭시 정부는 2001년 사핑바를 시작으로 자링, 난핑, 양자핑 등지의 방공호를 잇달아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경전철 개통과 연계해 시 중심가인 제팡베이 일대의 방공호도 개발 중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충칭의 지하 방공호들은 애초 1938년 중-일전쟁 당시 충칭으로 천도한 국민당 정부가 일본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공산당 집권 이후엔 방치됐다가 1969년 문화대혁명 와중에 전쟁 준비를 구실로 증축되거나 추가 건설됐다. 특히 충칭에는 연해지역의 군수산업시설을 내륙지역에 옮긴다는 마오쩌둥의 ‘3선 건설정책’에 따라 1970년대 말까지 도심지와 교외 산간에까지 만들어져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을 정도다.

충칭시가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도심의 방공호들은 최대 5천명까지 동시 대피가 가능하고, 웬만한 미사일 공격과 폭격에도 견디도록 지어진 것들이다. 지하 15m에 건설된 자링 지하광장은 최대 높이 10m, 폭 14m이다.

홍콩계 중위안부동산판매회사의 충칭시 책임자인 마이크 시우(32)는 “자링광장은 개조하는 데 1억위안(약 125억원)도 안들었지만, 사업권을 따낸 부동산회사는 10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렸다”며 “싼샤광장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화위부동산은 중앙 정치인(리펑 전 총리) 아들의 후원을 업고 개발권을 따냈다”고 귀띔했다. 양자핑 지하광장을 개발한 부동산회사의 한 임원은 “지하상가가 100% 분양됐다”며 “수백만 위안을 정부 관리들에게 바치고도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방공호 개발사업”이라고 말했다.

과거 제국주의 및 동서냉전 시절에 건설돼 피서 장소나 자동차 수리소 정도로 이용되던 방공호들이 자본주의 바람을 타고 부동산 개발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중국 개혁·개방의 또다른 모습이다.


글·사진 충칭/모종혁 통신원 jhmo71@chinawes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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