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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미얀마 민족민주동맹 “아웅산 수치, 보궐선거 승리”

등록 2012-04-01 21:37수정 2012-04-02 08:34

“65% 득표” 승리선언…22년만에 제도정치 복귀
시민들 “변화 가져올 것”…민주화 가속도 기대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67)가 처음으로 출마한 의회 보궐선거가 치러진 1일, 최대 도시 양곤의 남쪽 변두리에 있는 와틴카 마을 투표소에는 아침 일찍부터 수백명이 줄을 섰다. 수치에게 표를 던졌다는 고 케테이는 “라디오에서는 수없이 변화라는 말을 해댔지만 우리의 일상은 항상 똑같았다”며 “수치가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도 언젠가 진정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와틴카 마을이 속한 코무 선거구에 출마한 수치는 전날 주민들의 환영 속에 도착해 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고 투표 당일 투표소를 둘러봤다.

미얀마 민주화의 또다른 이정표가 될 보궐선거가 1일 45개 선거구에서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상·하원 664석 중 6.8%만을 채우기 위한 것이지만 국내외의 관심은 어떤 대선이나 총선도 능가한다.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이 22년 만에 참여했고 수치 또한 출마했기 때문이다. 1990년 의석의 80%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군사정권이 결과를 무효화한 뒤 지난 22년의 대부분을 가택연금 상태로 보낸 수치와 민족민주동맹은 이제 제도권 진출을 목전에 뒀다.

외신들은 군의관 출신인 여당 후보와 맞붙은 수치가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민족민주동맹은 이날 저녁 수치가 129개 투표소 중 82곳에서 65%를 득표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또 자신들이 낸 후보 44명이 모두 개표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치와 민족민주동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더라도 의회 안에서 큰 힘을 갖지는 못한다.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은 상·하원 선출직 의석의 70% 이상을 장악한데다, 헌법에 의해 의석의 25%를 군부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치는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평화를 얻고 발전하려면 함께 일해야만 한다는 점을 군부가 인식하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방대한 부정이 저질러졌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자유롭고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선거 참여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족민주동맹의 의회 진출은 이번 보궐선거로 확보할 의석수보다 상징성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정치범 석방과 언론 자유 확대 등 테인 세인 정권의 잇단 개혁 조처에 이은 것이라 더 그렇다. 특히 수치가 이를 발판으로 2015년 대선에 나설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총선은 보이콧한 그가 같은 해에 들어선 ‘군부 출신’ 민간정부에 타협적 태도를 취하는 것도 자신의 나이와 건강 상태로 봐 시간이 많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치는 최근 구토를 하는 등 건강이 악화돼 유세를 중단한 적도 있다. 그는 정부가 장관직을 제의하더라도 거부하겠다면서 “개혁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와 타협하되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영국 런던정경대 객원연구원 마웅 자르니는 “미얀마 정부도 수치가 필요하고, 수치도 장기간의 정치적 교착상태를 끝내고 싶어한다”며, 양쪽이 “전략적 공존”을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군 전역자들로 채워져 무늬만 민간정부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미얀마 정부는 제재 해제와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서구의 호의를 필요로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면 제재를 더 풀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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