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압승에 민주화 진전 판단
미국이 20여년 동안 지속해온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푼다.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야권이 지난 1일 열린 의회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등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4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얀마에 대사를 파견하고 경제제재를 푸는 등의 조처를 빨리 이행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칭찬하며 “미국은 미얀마 정부와 시민사회의 개혁 민주주의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런 구상을 밝혔다. 그는 또 “미얀마와 북한의 군사적 협력도 중단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제재 철회의 시기와 방법은 현재 논의중이라며, 무엇보다 전세계에서 마스터·비자·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가 통하지 않는 극소수 국가 중의 하나인 미얀마에 카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선결과제로 삼고 있다고 <아에프페> 통신에 말했다.
미국은 1962년 쿠데타로 미얀마에 군사정권이 들어선 뒤 긴장관계를 유지해오다 1990년 미얀마에 대한 통상 및 관세 제재법안을 통과시켰고, 2003년에는 미국 내 미얀마의 자산마저 동결했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2011년 외형상 민간정권인 테인 세인 현 대통령 체제가 출범하며 잇단 개혁조처를 시행하자 지난해 12월 클린턴 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하는 등 변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제재 철회에 발맞춰 비슷한 조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이날 폐막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의도 미얀마에 대한 제재 철회를 촉구하는 폐막성명을 내놓았다. 미얀마의 화려한 국제무대 복귀가 코앞에 다가온 셈이다.
국제사회의 ‘왕따’였던 미얀마에 유일하게 손을 내밀며 공을 들여온 중국으로서는 ‘닭쫓던 개’ 신세가 될 공산이 높아졌다. <아에프페> 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이 제재 철회가 중국에 대한 미얀마의 의존도를 크게 완화시켜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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