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의 외국방문 두고서 “투명성 결여” 이례적 비난
세인 대통령, 동반예정 행사 불참키로…정국불안 우려
세인 대통령, 동반예정 행사 불참키로…정국불안 우려
한 나라에 ‘두 개의 태양’은 없는 것일까? 국제사회의 갈채를 받으며 지난 15개월 동안 미얀마의 민주화와 개혁을 실시해온 테인 세인 대통령 쪽이 24년 만에 외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토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웅산 수치가 엿새 동안의 타이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2일, 네 진 라트 대통령 보좌관은 수치에 대한 비난 성명을 냈다고 <뉴욕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수치의 이번 방문에 ‘투명성’이 결여돼 있는데다, 미얀마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에게 “분별 없는 낙관주의를 가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는 점이 비난의 근거였다. 수치가 외국 방문 중에 거침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체되고 있는 개혁과 낮은 교육수준 등 미얀마 정부의 ‘약점’을 건드린 것에 발끈한 것이다. 신문은 “수치가 미얀마에서 갖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생각해 볼 때, 온건한 어조이긴 하지만 정부가 그를 직접 비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타이 랏> 등 타이 언론들도 잉락 친나왓 타이 총리가 수치의 방문이 타이-미얀마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미얀마의 민주화와 개혁작업은 옛 군부정권 실세들로부터 낙점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수치, 둘 사이의 불안한 타협 속에 진행돼왔다. 지난해 8월 둘의 회동이 이뤄진 뒤 수치는 정치 참여를 결정했고 이는 지난 4월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NLD)의 보궐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 이를 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미얀마의 민주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고 경제제재를 잇따라 부분적으로 해제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정적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면서까지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 경제개발을 가속화하려는 테인 세인 대통령으로선 수치의 ‘반정부적 언사’가 달가울 리가 없다. 게다가 당장은 두 사람이 미얀마의 개혁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2015년 대선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수치의 대외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둘 사이의 협력관계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타이 방문 때 “수치의 말과 행동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며 “테인 세인 대통령이 수치가 세계적인 정치지도자로 추어올림을 받는 데 불쾌감을 느꼈다는 관측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 때문인지 테인 세인 대통령은 애초 수치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던 방콕의 세계경제포럼(WEF) 일정을 취소했고, 4~5일로 잡혀 있는 타이 방문 일정도 지난 1일 돌연 연기했다.
현재로선 미얀마 정부의 수치 견제가 지금까지 진행된 민주화 흐름을 되돌리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4일 보도한 대로 미얀마의 지도층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등 노출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흘라 민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전보장회의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은 군의 전면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예전 군사정권에서 진행하던 핵 개발을 포기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가 수치의 카리스마를 넘어 제도화 단계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외로 망명한 미얀마인들이 만든 바후개발연구소의 윈민 선임조사원은 “둘 사이의 관계가 흔들린다면 미얀마가 국가적인 화해를 이루는 데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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