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타 미 국방, 베트남전뒤 첫 방문
‘중 견제’ 위해…중 “소국이…” 경고
‘중 견제’ 위해…중 “소국이…” 경고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3일 베트남 캄란만 항구에 정박한 미 해군 군수지원함 리처드비드호 갑판에 서서 감회에 찬 눈으로 바다를 응시했다. 갑판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 그는 “미국은 캄란만 같은 항구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베트남 같은 동반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네타는 베트남 전 이후 캄란만을 방문한 첫 미국 국방장관이다.
캄란만은 19세기 이후 동남아에 제국주의 세력이 밀려온 이후 항상 열강들의 이 지역 발진기지 역할을 했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식민화했던 프랑스의 해군기지가 있었으며, 러-일 전쟁 때 극동으로 향하던 러시아 발틱함대의 정박항이기도 했다. 일본도 2차대전 때 캄란만을 말레이시아 침공을 준비하는 항구로 사용했다. 베트남전 시절에는 미군의 최대 군항이었다. 베트남은 베트남전 뒤인 1979년에는 소련에게 캄란만을 해군기지로 25년간 빌려주는 조약을 맺었다. 소련의 대중국 포위망을 우려하던 중국은 이 조약이 맺어지자, 베트남을 침공해 전쟁을 불사하기도 했다. 프랑스-러시아-일본-미국-소련이 차례로 거쳐간 이 캄란만에 다시 미국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다. 베트남은 2002년 캄란만에서 러시아가 완전히 철수하면서부터 다시 미국과 캄란만 사용을 협상해왔다.
파네타 장관은 캄란만이 지난해 오바마 행정부가 선언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귀환’ 전략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곳으로 묘사했다. 그는 “이 시설에 대한 미국 해군함의 접근은 베트남과의 관계에서 핵심 요소이고 우리는 미래에 여기서 엄청난 잠재력을 본다”고 말했다. 캄란만은 수심이 깊은데다, 남중국해의 왼쪽에 위치해 있어 중국과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병참·발진 기지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미 해군 전함은 이미 다낭 등 베트남의 항구들에 정박하고 있으나, 캄란만에는 아직 접근이 안되고 있다. 베트남은 캄란만의 민감한 전략적 가치를 의식해, 현재 보급과 수리 목적으로만 외국 해군들의 접근을 제한적으로 허락하고 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캄란만에 군을 주둔시키고 싶어하나, 베트남은 지나치게 중국을 자극하는 것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네타 장관은 4일 풍꽝타잉 베트남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캄란만 공동개발 등을 논의했다. 파네타 장관은 베트남 방문에 이어, 5일엔 인도를 찾을 계획이다. 인도 역시 대중국 봉쇄와 관련해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해왔다는 점에서, 파네타 장관의 인도 방문은 관심을 끌고 있다.
파네타 장관이 캄란만을 방문한 날 푸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기고문을 통해 “소국이 대국을 멋대로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을 겨냥한 말이다. 외교담당 국무위원인 다이빙궈도 지난달 “대국이라고 오만해서는 안 되겠지만, 필리핀 같은 소국도 대국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푸 부부장은 “중-미 관계는 동아시아 안보에 중요한 요소로 양국은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중-미 관계가 불편해지면 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도발한다는 중국의 인식은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중국은 핵심이익을 위해서는 작은 나라라도 좌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2년째..나 맞고 산다” 대구서 학생 10번째 투신
■ 임수경, ‘근본없는 탈북자 XX’ 막말 파문
■ 중앙 일간지 현직 기자, 검찰 컴퓨터 열어보다 적발돼
■ 미국 ‘미인계’에 걸려든 중국 스파이 체포
■ 세계유일 ‘성교육버스’ 탁트인 세상으로 부릉부릉
■ “2년째..나 맞고 산다” 대구서 학생 10번째 투신
■ 임수경, ‘근본없는 탈북자 XX’ 막말 파문
■ 중앙 일간지 현직 기자, 검찰 컴퓨터 열어보다 적발돼
■ 미국 ‘미인계’에 걸려든 중국 스파이 체포
■ 세계유일 ‘성교육버스’ 탁트인 세상으로 부릉부릉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