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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베트남전 병사들의 ‘부치지 못한 편지’

등록 2012-06-05 19:55수정 2012-06-05 21:31

“아버지가 나를 찾으면
죽음과 가까이 갔으나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과 풍꽝타인 베트남 국방장관은 회담 뒤 빛바랜 편지와 일기장을 교환했다. 세계 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 중 하나인 베트남전에서 전사했던 양국 장병들이 전쟁 도중에 쓴 것들이다.

베트남 쪽은 1969년 3월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101공수여단 소속 스티브 플래어티 병장의 편지를, 미국 쪽은 1966년 3월 베트남 북부 꽝응아이 전투에서 전사한 베트남군 부 딘 도안의 일기장을 전해줬다.

편지는 베트남전의 광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플래어티는 여자 친구 베티에게 “북베트남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여 오랫동안 답장을 못해 미안하다”며 “너의 달콤한 카드는 오늘 나의 끔직한 날들에 위안을 주었으나 우리가 치른 피투성이 전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켓포와 기관총이 정말로 나의 배낭을 뚫고 지나갔다”며 “총탄이 나를 지나치는 것을 느꼈고 내 인생에서 그렇게 공포스러운 적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35명의 우리 소대는 전투 뒤 소대장 등이 전사해 19명으로 줄었다”며 “베트남군은 부비트랩 폭탄을 몸에 두르고, 우리에게 뛰어들어 우리 소대원 2명과 함께 폭사했다”고 전쟁의 참상을 전했다. 플래어티는 “만약 아버지가 나를 찾는다면, 나는 거의 죽음과 너무 가까이 갔으나 괜찮다고 말해달라”며 “나는 정말로 운이 좋았고, 다시 편지를 쓰겠다”고 말했으나, 결국 전사했다.

그의 소지품에 포함돼 있던 이 편지들은 베트남군에 의해 전리품으로 노획됐다가 이번에 미국 쪽에 전달됐다. 편지 내용들은 베트남군이 전쟁 기간 동안 심리전을 위한 선전도구로 활용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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