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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버섯 따던 20대 미얀마 산골 여성
군부 토지수탈 맞서 ‘용감한 투쟁’

등록 2012-09-27 20:43수정 2012-09-28 10:03

트웨 트웨 윈(29)
트웨 트웨 윈(29)
무기제작용 구리광산 터 마련하려
정부, 26개 마을 강제 이주 시도에
트웨 윈, 주민 조직해 대규모 시위
민주화 못겪은 농촌도 변화 움직임
미얀마 서북쪽 산골마을 웨트메이에 사는 트웨 트웨 윈(29·사진)은 농사를 짓는 평범한 시골 처녀였다. 가난한 살림 탓에 초등학교도 12살에 그만두고 숲속을 다니며 버섯을 땄다. 언덕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도 했다. 작은 흙벽 초가집에 살았지만 그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윈을 비롯해 이웃 마을에 사는 주민 수천명에게 토지를 수용하겠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얀마 군부와 중국 무기 제조업체가 합작해 만든 구리광산 회사가 채굴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32㎢에 이르는 26개 마을 터를 사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광산회사는 주민들이 옮겨 살 수 있는 주택과 1년 평균 수입의 3개월치를 보상금으로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주지는 나무도 한 그루 없는 황폐한 땅이었다. 농사에 의지하던 주민들은 다른 생계수단도 찾을 수 없었다. 주민 일부만 살던 마을을 떠났을 뿐 대다수는 마을에 남았다.

광산회사는 불도저로 땅을 파고 농작물이 자라는 밭에 폐유를 쏟아부었다. 마을의 사원을 때려부수고 불상을 치우고 초등학교 집기들을 옮겨버렸다. 정부 당국에선 마을 주민들을 모아놓고 강제 이주를 일방적으로 명령했다. 관리들은 고함을 치며 주민들을 ‘동물’이라고 모욕했다. 그때 윈이 주지사를 가리키며 “신사답지 않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외쳤다. 윈은 사원이 습격당한 이후 가까운 대도시인 만달레이로 가서 농민들의 토지 소유 권리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했고, 앞으로 언제 있을지 모르는 폭력사태를 기록하기 위해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했다. 외부에서 온 청년 활동가들과 함께 마을에서 25㎞ 떨어진 도시 모니와까지 이틀 동안 기도하며 행진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윈은 동료 10여명과 함께 이달 초 체포됐다가 여론의 압박으로 지난 14일 풀려났다. 윈은 현재 미얀마의 헌법책을 읽고 있다. 그는 “군부는 단지 자신들의 명령체계로 나라를 움직였지만 나는 이제 우리에겐 헌법이란 규칙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윈의 투쟁 사례는 미얀마 언론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되고 있다”며 “지난해 민간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범 석방, 언론자유 등 여러가지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미얀마 인구 3분의 2가 몰려사는 농촌은 이런 변화를 경험할 수 없다”고 26일 보도했다.

웨트메이 마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경제개발을 명분으로 한 토지수탈은 미얀마에서 중요한 사회문제다. 최근 미얀마 의회는 농부의 토지소유권을 분명히 하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의회는 이런 사례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꾸리고 현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윈의 용감한 투쟁은 더 많은 정치적 자유를 기대하고 있는 미얀마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 나라의 저명한 시인인 안트 마웅은 “윈은 정부, 광산회사와 싸움을 벌이며 ‘철의 여인’이 됐다”며 “모든 것을 감수하고 싸우는 농민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가, 미얀마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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