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도입했던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교육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찌아찌아족이 사는 바우바우시에서 한국어 교육기관과 현지 유일의 한국인 교사가 모두 철수하고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한글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는 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에서 운영해온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이 지난 8월31일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세계 각지에 설립하는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바우바우시에는 경북대와 인도네시아 무함마디아 부톤대의 협력으로 올해 1월 개원했다. 그러나 경북대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바우바우시와 각종 오해가 빚어져 7개월만에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세종학당에 강사로 파견됐던 한국인 교사 정덕영(51)씨도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 현지에서 찌아찌아족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칠 인도네시아 교사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글 문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교육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인도네시아 교육부 산하 언어개발기구 수기요노 박사는 지난해 11월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도입한 것은 중앙 정부의 언어정책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기요노 박사는 “인도네시아 헌법에 따라 제정된 법률 24호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도네시아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해야 한다. 공식 문자인 로만라틴 외에 또 다른 문자체계를 채택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일은 자칫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 있게 됐다.
든든하던 외부 지원이 흔들리는 것도 한글 교육 중단 위기의 원인이다. 바우바우시와 훈민정음학회의 관계가 소원해져 지난해 바우바우시장은 훈민정음학회와의 협력관계 결렬을 선언했다. 바우바우시는 “초기에 약속한 경제 지원 등이 성실히 이행되지 않았다”고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더구나 한글 도입을 주도했던 아미룰 타밈 바우바우시장의 임기가 올해 12월 끝나, 향후 공식 표기 문자로서 한글의 위상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문화관광부는 바우바우시에서 세종학당을 맡을 다른 대학을 찾아 운영을 재개할 계획이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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