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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대학 다녔다고 손가락 잘리고…
결혼지참금 문제로 300명 피살…
‘여성 인권’ 민간구호 초점으로

등록 2012-10-10 21:03수정 2012-10-10 21:19

지난 5월 현지 언론에 실린 하와 악테르 주이가 글씨를 쓰는 모습. 주이는 남편에 의해 손가락이 잘렸으나, 6개월간의 치료와 재활 끝에 다시 글씨를 쓸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 현지 언론에 실린 하와 악테르 주이가 글씨를 쓰는 모습. 주이는 남편에 의해 손가락이 잘렸으나, 6개월간의 치료와 재활 끝에 다시 글씨를 쓸 수 있게 됐다.
[2012 희망나눔] 방글라데시를 가다
지난 5월 방글라데시 언론에 하와 악테르 주이(21)가 손가락이 잘린 손에 붕대를 감고 어렵게 글을 쓰는 장면이 보도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앞서 6개월 전에 주이는 허락 없이 대학에 다녔다는 이유로 남편에 의해 손가락이 잘렸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그는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겪는 봉건적 수난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당시 주이의 남편은 테이프로 그의 눈을 가리고 입을 봉한 채 칼로 그의 손가락을 잘랐다. 남편은 자신이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부인이 대학을 다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 주이가 6개월간의 치료와 재활 끝에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자, 현지 언론들이 이 사실을 크게 보도한 것이다.

방글라데시 인권단체인 오디카르가 발표한 2011년 인권보고서를 보면, 방글라데시에서는 그해 여성 300명이 결혼지참금 문제로 발생한 가정폭력으로 숨졌다. 이 단체 대변인 탁신 파미나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정폭력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소수의 여성만이 가정폭력을 사회적으로 고발하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는 가정폭력과 그로 인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이의 손가락 절단이 큰 이슈가 된 이유 중의 하나도 그가 용감하게 이를 사회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빈곤과 저개발의 최대 희생자는 사회취약계층인 아동과 여성이다. 특히 무슬림 사회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해 여성이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결혼할 때 시집에 가져가는 결혼지참금은 금지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관습적으로 존재한다. 결혼지참금 마련을 위해 딸을 교육시키지 못하고, 이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개선되지 못하는 악순환도 계속된다.

조혼도 여성의 지위와 보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은 만 18살, 남성은 21살 전에는 법적으로 혼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6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 중 만 18살 이전에 혼인한 여성은 농촌에서는 78.4%, 도시에서는 65.2%로 여전히 높다. 조혼은 여성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또 이른 출산으로 인해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8살 이전에 결혼한 여성의 85.8%가 무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학교에 가보지도 못하거나, 혹은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는 현실은 학교 교육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악순환을 부른다. 2009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학생 150~160명이 초등학교에서 화장실 1개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 여성들의 위기상황도 증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여성이 50살이 되면, 4분의 1 이상이 이혼하거나 사별을 경험한다. 이들 중 90% 이상이 가정의 생존을 책임져야 한다. 여성 가장 가구의 95% 이상은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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