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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시리아 떠나 밀려든 사람들…난민촌 지어도 지어도 모자랄판

등록 2013-02-06 20:36수정 2013-02-06 21:53

시리아 난민 9만여명이 머물고 있는 요르단의 자타리캠프에 지난달 폭설이 내렸다. 어린이들이 천막 밖으로 몸을 내밀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시리아 난민 9만여명이 머물고 있는 요르단의 자타리캠프에 지난달 폭설이 내렸다. 어린이들이 천막 밖으로 몸을 내밀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서 보내온 편지
세이브더칠드런쪽 실상 전해와
9만명 수용…1월에만 4만 몰려
3만 추가 수용시설론 부족할듯
절반이 18살 미만…웃음 사라져
2011년 3월 ‘아랍의 봄’의 물결을 타고 시리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는 잔혹한 내전으로 번지며 지금까지 6만여명의 사망자와 250만~300만명의 난민을 낳았다. 이웃나라 요르단의 북쪽 국경지역엔 단일국가 난민촌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타리캠프(9만여명)가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하루에 수천명씩 몰려드는 난민들을 감당할 수 없어 근처에 3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촌이 추가로 지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아동인권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가가 <한겨레>에 시리아 난민들의 참상을 보내왔다.

니콜 이타노
니콜 이타노

열두살 소년 지아드는 지난달 말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에 도착한 뒤 나흘 동안 먼지가 뒤덮인 통로 사이를 헤매며 같은 마을에서 온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지아드가 떠나온 고향 마을에선 지난 2년간 집집마다 전쟁을 피해 이웃 국가로 피난을 떠나는 통에 아이들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아직까지 지아드가 자타리에서 찾아낸 친구는 단 한 명도 없다. 수많은 천막이 줄줄이 늘어선 이 거대한 난민촌에서 친구를 찾는 일은 모래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다.

난민촌 주변에선 불도저가 땅을 고르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새로 온 난민들이 살 곳을 만드는 중이다. 불도저가 밀어붙인 평평한 사막 땅은 수평선까지 닿는다. 언뜻 보면 설마 난민 천막을 세우는 데 이렇게까지 넓은 공간이 필요할까 싶다. 하지만 지금처럼 요르단으로 시리아 난민이 몰린다면 한 달도 못 돼 이 땅마저도 부족한 상황에 이를 것이다.

1월 한 달에만 4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요르단에 왔다. 이들 대부분은 들 수 있는 것만 간신히 챙겨 도망치듯 국경을 넘었다. 그러다 보니 심신이 지친데다 들고 온 재산도 거의 바닥났다. 나는 그들에게 수개월의 내전을 견뎌놓고 왜 이제야 고국을 떠났는지 물어보았다.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이지만 본질은 같았다. 시리아에서의 삶을 더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더 악화돼서 떠났어요.” “아이들이 잘못될까봐 두려웠거든요.” “시리아에는 먹을 빵도 없어요.” “약도, 일자리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난민촌 접수대에서 만난 부부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난민들은 국경지대에서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온다. 막 도착한 난민들은 모두 혼이 나간 모습이다. 한 여자아이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꼭 붙들고 있었고, 소녀의 오빠는 세간살이가 들어 있는 검정 비닐봉지 더미에 망연자실한 듯 앉아 있었다.

자타리 난민촌에서 사는 난민의 절반 이상이 18살 미만의 아동이다. 난민촌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사는 것은 무척 힘겨운 일이다. 사막의 겨울, 특히 밤공기는 살을 에는 듯 차갑다. 비라도 내리면 천막 사이의 좁은 통로에 물이 넘치고 천막 안의 매트리스와 옷은 흠뻑 젖는다. 그나마 폭격과 총격이 없는 안전한 장소라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추워요.” 계속 기침을 하며 지아드가 말했다. “전 지금까지 천막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 집에서만 살았어요.”

이곳 난민촌에서 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난민촌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서야 한다. 처음 도착하면 유엔난민기구(UNHCR)에 난민 등록을 하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그러고 나면 매트리스와 담요를 받고, 천막을 배정받으러 또다른 줄에 서야 한다. 임시 거처를 얻는다고 이 줄서기가 끝나지 않는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하고 아이 기저귀를 받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 한다. 물과 빵을 얻기 위해 매일매일 줄을 선다. 이곳 자타리 난민촌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난민에게 매일 나눠주는 빵만 해도 25만개다.

하지만 텐트촌 사람들은 급증하는 시리아 피난민의 일부에 불과하다. 유엔난민기구가 추산하는 시리아 난민 250만~300만명 중 공식 등록된 이는 73만명. 그중에서도 난민촌에 자리를 얻은 이들은 30%에 불과하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다른 난민들은 레바논, 터키, 이라크와 요르단 등 주변국의 도시와 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다. 난민이 늘어나고 필요한 지원도 매일 증가하면서 이들을 맞이하는 이웃 국가의 부담도 점점 더 늘어난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더 큰 도움이 절실하다.

지아드의 바람은 소박하다. 제대로 된 집에서 사는 것, 시리아로 돌아가 예전처럼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니콜 이타노/세이브더칠드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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