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집회구역에 4천여명 모여
“부동산값·생계비 오를 것” 항의
“부동산값·생계비 오를 것” 항의
야외집회가 엄격히 금지된 싱가포르에서 극히 보기 드물게 수천명이 모인 집회가 열렸다. 정부의 이민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16일 싱가포르에서 4000명(주최자 추산)이 모인 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싱가포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집회는 싱가포르에서 거의 유일하게 집회가 허용된 지역인 국립공원 내 ‘스피커스 코너’에서 진행됐다.
싱가포르인들이 수천명이 모일 정도로 분노한 이유는 정부가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이는 인구정책 실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정책백서에서 2030년까지 인구를 30% 증가한 690만명으로 늘리고, 그중 절반을 이민자로 채우겠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정부는 “싱가포르는 출생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갈수록 고령화될 것”이라며 젊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인구 530만명으로, 홍콩보다 면적당 인구가 더 높은 싱가포르인들은 부동산 가격과 생계비가 치솟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번 집회는 현 리셴룽 총리의 아버지이자 초대 총리인 리콴유(89)가 뇌경색으로 입원한 가운데 열려, 싱가포르의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야외집회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가 내려진 적이 거의 없다. 자유롭게 시위를 할 수 있는 스피커스 코너 또한 국립공원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유명무실하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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