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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방글라데시 붕괴참사, 서구 의류회사 책임?

등록 2013-04-26 20:24수정 2013-04-26 22:23

NYT “납품기일 준수 압박·저단가 탓 안전소홀”
폐쇄명령 받고도 작업 강행…사망 300명 넘어

23일 방글라데시의 방송 기자인 나즈물 후다는 다카 외곽의 사바르라는 곳에 있는 8층짜리 건물을 취재하러 갔다. 의류공장 5개와 상가가 입점해 있는 ‘라나플라자’라는 건물이 여기저기 금이 가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얘기를 듣고 달려간 것이다.

이날 다카 일대의 의류산업을 감독하는 ‘산업순찰관’들도 라나플라자를 다녀갔다. 심하게 금이 간 벽과 겁에 질린 노동자들을 목격한 이들은 건물 안전진단이 이뤄질 때까지 건물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라나플라자는 허가받지 않고 층수를 올린 불법 건물이었다.

그러나 공장주들은 정부 당국의 명령도, 언론 취재도 무시하고 미싱을 멈추지 않았다. 사고는 바로 다음날 터졌다. 24일 오전 건물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지금까지 사망자가 300명이 넘고 1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콘크리트 잔해에 묻힌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아 사망자가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 중엔 상황을 점검하려고 이날 다시 라나플라자를 찾은 산업순찰관 2명도 포함돼 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한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공장들은 왜 문을 닫지 않았을까? 25일 <뉴욕 타임스>는 선례에 비춰볼 때 서구 의류회사들이 요구하는 촉박한 납품기일을 맞추느라 공장주들이 작업을 계속하라고 노동자들에게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노동문제 전문가인 다라 오로크는 <뉴욕 타임스>에 “공장들은 납기일을 어기지 말라는 미국과 유럽의 의류회사들의 압력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글라데시 공장들이 안전문제에 소홀한 근본적 책임은 서구 의류회사들이 워낙 단가를 낮게 매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회사인 프라이마크와 스페인의 망고는 25일 그동안 라나플라자 공장에서 옷을 주문생산해왔다고 밝히며 피해자들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 사고 현장에선 베네통도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발견됐으나, 베네통은 이를 부인했다.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은 이 나라 수출액의 약 80%를 차지하며 매출 규모가 200억달러에 이른다. 인구 1억5000만 가운데 400만여명이 의류산업에 종사하며 그 절반은 여성이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37달러(약 4만1000원) 정도다. 정부는 옷 생산에 필요한 섬유와 부속품 수입엔 세금을 매기지 않고,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각종 지원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의류공장에서 일어나는 불법·탈법 사례들을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고, 대형 화재·건물 붕괴 등 참사가 계속되는 데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2005년 의류공장 건물이 무너져 64명이 숨졌을 때도 건물 주인이 체포되긴 됐으나 징역을 살지 않았다. <비비시>(BBC)는 의류제조업자들이 정치인의 ‘돈줄’일 뿐 아니라 의회 진출, 행정부 입각 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무너진 건물의 소유주도 집권당의 지역 정치인이다.

반면 노동조합이 조직된 작업장은 거의 없다. 지난해엔 아미눌 이슬람이라는 한 노동운동가가 잔혹하게 살해당했으나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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