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생산’ 다시 화두로
생계비 절반도 안되는 임금
외국투자자는 면세 등 혜택
캘빈클라인·베네통 등 공장 돌려
국제인권단체, 안전기준 준수 촉구
생계비 절반도 안되는 임금
외국투자자는 면세 등 혜택
캘빈클라인·베네통 등 공장 돌려
국제인권단체, 안전기준 준수 촉구
“서양의 대형매장에는 ‘하나 사면 또 하나는 공짜’라고 써 있다. 하지만 그건 공짜가 아니다. 우리들의 눈물과 땀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8일(현지시각) ‘세계에서 가장 값싼 옷을 생산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울분을 이렇게 전했다. 이 나라 수도인 다카 인근 사바르에선 24일 8층짜리 의류공장 건물이 무너져내려 400명 가까이 숨지고 1000여명이 다쳤다. 28일 방글라데시와 인도 국경 근처에서 공장 소유주가 체포됐으나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모른다. 현지 노동자들은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며 위험한 작업장을 방치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이 나라에도 노동환경을 감독하는 부처가 있지만 10만개의 공장이 있는 다카 일대를 관장하는 감시관은 18명뿐이다.
노동·인권 관련 국제단체와 노동운동가들은 방글라데시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민들에게 값싼 옷을 공급하려고 가장 손쉽고 저렴하게 노동을 착취하는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참사를 계기로 윤리적 생산, 공정무역이 화두로 떠오른 셈이다.
토미 힐피거, 캘빈 클라인, 망고, 베네통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의류브랜드의 옷들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임금이 엄청나게 싸기 때문이다. 이곳 의류산업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약 40달러(2010년 기준) 정도다. 4인 가족 평균 생계비의 40%에도 못 미친다. 주변 의류수출 경쟁국의 최저임금은 중국이 300달러, 인도 106달러, 베트남 92달러 수준이다. 홍콩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AMRC)가 2011년 낸 보고서를 보면, 방글라데시개발연구소 조사 결과 의류산업에서 노동자들이 창출하는 가치는 전체 100 가운데 대략 31인데 여기서 겨우 7만이 임금으로 돌아가고 24가 투자자 수익이 된다.
전체 수출액의 80%를 의류산업에 의존하는 방글라데시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시위를 잔인하게 진압하고,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고 각종 혜택을 준다. 해외 투자자들에겐 10년간 세금을 면제하고, 제품 수출과 섬유 등 자본재 수입에도 면세 혜택을 준다. 수출가공지역(EPZ) 내 외국인 투자에 대해선 상한선이 없고 수익을 모두 본국으로 가져가는 것도 허용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성명을 내어 “외국 기업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이윤을 뽑아내면서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침묵한다. 최소한의 인도적 안전기준도 지키지 않는 공장엔 옷을 주문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인 ‘워 온 원트’(War on Want)는 이번에 사고가 난 사바르 공장에서 옷을 주문생산해온 프라이마크의 런던 본점 앞에서 27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프라이마크가 유족들에게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외쳤다.
의류산업에서의 ‘공정생산’ 운동을 벌여온 클린클로즈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은 프라이마크를 비롯해 방글라데시에서 옷을 생산하는 외국 회사들이 ‘방글라데시 화재 및 건물 안전 협정’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화재 및 건물 협정’은 지난해 토미 힐피거 등을 생산하는 미국의 대형의류업체(PVH)와 국제 노동단체, 방글라데시 무역조합 등이 체결한 협약이다. 협약은 기존의 건축 규제와 법령 재검토, 노동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등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법들을 담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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