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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파키스탄 총선, 야당 샤리프 승리…미국 ‘좌불안석’

등록 2013-05-12 20:18수정 2013-05-12 22:16

건국 66년만의 첫 평화적 정권교체
272석 중 무슬림연맹 127석 확보
“테러와 전쟁, 관여 않겠다” 공약
경제 위해 ‘대미 우호’ 유지할수도
11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에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이 승리했다. 이로써 파키스탄은 1947년 건국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

샤리프 전 총리는 이날 밤 라호르의 당사에 모인 지지자 수백명 앞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파키스탄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신 신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비공식 집계 결과, 직선으로 뽑는 272석 중 무슬림연맹이 127석을 확보했다고 <파키스탄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크리켓 선수 출신인 임란 칸이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당(PTI)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이 각각 34석, 31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시지역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미국의 무인기(드론) 사용에 강력히 반대한 칸은 선거 막바지 유세 중 4m 높이의 지게차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허리를 다친 뒤 인기가 더 올라갔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한편, 외신들은 무슬림연맹이 소수정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해, 여성·소수종교에 할당된 의석 70석 중 과반을 무난히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선거 기간 파키스탄엔 희망의 열기와 테러의 공포가 교차했다. 투표율이 60%대로 파키스탄인민당이 첫 승리를 거둔 1977년 선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 총선 때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이라는 대형 사건이 터졌는데도 투표율이 44%에 그쳤다. 후보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모두 272석의 국회의원직에 4670명이 출마했으며 4개 지방의회엔 1만1000명이 경쟁했다. 직업 정치인 외에도 점성술사,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 모델 출신 등 다양한 후보들이 등장했다. 보수적인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에서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출마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막판까지도 폭력이 난무했다. 선거 방해를 공언한 탈레반은 친미 성향의 아와미민족당(ANP) 등을 겨냥한 테러를 일으켰다. 투표 당일엔 카라치의 아와미민족당 사무실 밖에서 폭탄공격이 벌어져 11명이 숨지는 등 전국에서 29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샤리프 시대’를 우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에 자신이 총리로 당선되면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탈레반과 협상 여지도 열어 놓았다. 파키스탄을 통해 2014년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시켜야 하는 미국으로선 파키스탄의 협조가 없다면 두 나라 간 국경을 넘나드는 탈레반 공격에 끊임없이 시달릴 수밖에 없다. 1998년 총리 재임 시절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을 주도해 성공시킨 샤리프는 웬만해선 서방에 호락호락 넘어갈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샤리프가 당장 미국과 절연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는 “샤리프는 현실주의자”라며, 심각한 전력난·실업 등 경제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동안 끈끈한 경제적 후원자였던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모색하리라고 내다봤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나와즈 샤리프 누구인가
총리때 독자 핵개발 주도…부토 전총리 부녀와 앙숙

나와즈 샤리프(63)는 1949년 펀자브 지역의 철강산업 재벌가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에 중도좌파 성향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줄피카르 알리 부토 총리가 사기업의 국유화 조처를 단행하자, ‘가문의 요청’에 따라 이를 저지하려고 정치권에 뛰어든다. 1990년 알리 부토의 딸인 베나지르가 실각한 뒤 열린 총선에서 총리로 취임하지만 1993년 부패 혐의로 해임되고, 총리 자리는 다시 부토에게로 돌아간다. 3년 뒤 부토가 부패 혐의로 또다시 물러난 뒤 1997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페르베즈 무샤라프가 쿠데타를 일으켜 2년 만에 실각했고, 종신형까지 선고받는다.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길에 오른 샤리프는 무샤라프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던 2007년에 귀국해 정치적 재기를 도모한다. 이듬해 열린 총선에선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의 추모 열기에 밀려 2위에 머물렀으나 이번에 파키스탄인민당을 가볍게 눌러 자신의 인생에서 세번째 총리를 맡게 됐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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