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보상운동·반중시위
서방국가 문호개방도 골칫거리
중국 정부, 특사파견 등 달래기
서방국가 문호개방도 골칫거리
중국 정부, 특사파견 등 달래기
20년 이상 미얀마에서 군부독재를 지지하며 자원 개발 등의 이익을 독점해온 중국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독재정권에 눌려 중국의 약탈적 개발에 대해 침묵했던 미얀마 국민들이 2011년 테인 세인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고 있는 민주화 열기 속에서 권리찾기에 나선 데 대한 대응책이다. 미얀마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문호를 열고 있는 것도 중국의 속을 끓이고 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20일 미얀마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난다.
가장 뜨거운 현안은 중국이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미얀마 서부와 중국 남부를 잇는 에너지 수송로 문제다. 중국은 그동안 중동과 아프리카의 석유를 인도양-말라카해협-태평양을 에둘러 수입해왔지만, 벵골만에 있는 미얀마 서부 차욱퓨부터 미얀마 중부를 가로질러 중국 윈난성의 루이리, 쿤밍까지 1000㎞에 이르는 가스·석유 수송관이 건설되면 훨씬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가스관 중 일부 구간은 이달 말부터 가동이 시작되며, 석유는 내년부터 운송이 시작돼, 중국으로선 숙원사업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에너지 수송로를 계기로 반중시위에 결합하고 있다”며 “이제 중국은 공사에 들인 수십억달러보다 더 많은 비용을 미얀마에 치러야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중국으로 에너지를 수송하기 위한 심해항이 건설되고 있는 차욱퓨의 마다이섬은 이제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뭉쳐 중국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슈웨 가스 운동’의 구심점이 됐다. 2010년 심해항 건설이 시작될 당시 마다이섬에 살고 있던 주민 2000여명은 대대로 살아온 토지를 몰수당했다. 섬에 있던 5개 산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더이상 고기를 잡을 수 없을 만큼 환경이 파괴됐다.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 공사 인부들은 하루 1.7달러의 저임금에 시달렸다. ‘슈웨 가스 운동’은 이들의 분노를 조직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한 교사는 <뉴욕타임스>에 “중국인들은 자기네 이익 때문에 왔다가 우리한테 콩고물 한줌만 떨어뜨리고 간다”고 말했다.
최근엔 미얀마 동부 샨주의 게릴라들이 중국석유공사(CNPC)와 함께 송유관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얀마 석유·가스 회사 시설을 공격했다. 그동안 군부를 피해 타이에 망명해 있던 민주화운동인사들이 테인 세인 대통령 취임 이후 귀국해, 미얀마인들의 반중정서를 건드리고 주민들이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중국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례없이 미얀마에 진출한 중국 국영회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미얀마 현지 주민들에게 겸손하게 굴라는 지시를 내렸다. 몇달 전엔 베테랑 외교관인 왕잉판을 ‘미얀마 특별대사’로 임명해 미얀마에 급파했다. 랑군에 있는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중국 국내에선 금지된 페이스북 계정을 열고, 미얀마 주민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한 중국 외교관은 “그저 걷고 또 걷고 말하고 또 말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미얀마 국민들의 요구는 마치 중국 엔지오(NGO)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런 변화가 미얀마 국민들을 얼마나 설득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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