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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영국 식민지배에 역사적 뿌리

등록 2013-05-29 20:44수정 2013-05-30 08:35

미얀마 불교도 ‘반이슬람’ 폭력 확산 왜?
종교적 충돌 사태 전역으로 번져
군부도 소수파 무슬림 탄압 부추겨
이슬람문화가 꽃핀 아바스왕조 시대, 아랍 상인들은 인도양에 부는 몬순(계절풍)을 타고 아시아를 누볐다. 무슬림 지리학자인 이븐 후르다드베가 <왕국과 도로총람>이라는 책에서 통일신라를 금이 많은 나라로 묘사하던 9세기, 이미 많은 무슬림 상인들이 미얀마 서부 해안가를 따라 마을을 일궜다.

페르시아계 무슬림은 중국 윈난과 가까운 미얀마 북동부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인도에 이슬람 국가인 무굴제국이 세워진 이후엔 인도계 무슬림도 미얀마로 넘어왔다. 이들은 의사, 왕의 고문, 행정 전문가 등 고위 전문직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에서 살아가는 무슬림들은 ‘화려한 과거’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불교도들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반이슬람주의’ 탓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28일 미얀마 북동부 샨주의 주도 라시오에서 불교도들이 모스크(이슬람사원)와 무슬림 고아원에 불을 지르고, 도시 곳곳의 건물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한 무슬림 남성이 주유소에서 일하는 불교도 여성과 다투다 이 여성에게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이는 사건이 벌어지자 격분한 불교도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일부 불교도들은 29일에도 쇠몽둥이와 죽창을 들고 오토바이에 올라 라시오 시내를 휘저었다. 무슬림들은 집안에 틀어박혀 숨죽였다. 정확한 인명 피해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미얀마 정부는 즉시 이 지역에 대중집회·연설을 금지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중국 국경에서 190㎞ 떨어진 라시오는 중국인들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으로, 과거엔 무슬림과 불교도 간의 충돌이 거의 없었다. 이날 벌어진 ‘라시오 사태’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탄압이 심각한 서부 라카인주뿐만 아니라 미얀마 전역으로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지난해 6월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200여명이 살해된 데 이어 지난 3월엔 중부 만달레이주 메이크틸라에서 무슬림 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생명 존중과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을 강조해온 ‘자비로운’ 불교도들이 이렇게 무슬림을 혐오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수백년간 쌓여온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버마민족주의’를 꼽는다.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19세기 미얀마를 식민통치한 영국이 불교도가 대부분인 미얀마인들을 다스리려고 인도계 무슬림을 데려와 군·관·경제 분야에 ‘준지배계층’으로 등용한 것이 갈등의 뿌리가 됐다고 지적한다.

인도계 무슬림은 이 시기에 미얀마로 대거 이주했고, 이는 1941년 인도-버마 이민금지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계속됐다. 불교도들이 무슬림을 ‘인도놈’이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 세력은 국민들의 반감을 달래려고 강제이주정책 등으로 무슬림을 희생양 삼아 탄압했다. 민간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주류 버마족들을 중심으로 한 ‘버마민족주의’가 무슬림 탄압 양상으로 왜곡되고 있다.

이희수 교수는 “톨레랑스(관용)를 중시하던 프랑스 사회가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으로 변했듯, 미얀마 또한 이슬람을 주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최근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산아제한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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