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불교도 이슬람 사원 습격
5명 숨지고 가옥 등 파손
미얀마 불교도도 무슬림 공격 급증
‘종교 명분 다수집단 우월주의’ 분석
5명 숨지고 가옥 등 파손
미얀마 불교도도 무슬림 공격 급증
‘종교 명분 다수집단 우월주의’ 분석
스리랑카와 미얀마 등 서남아에서 불교도가 종교분쟁의 새로운 당사자로 나섰다. 그동안 폭력적인 종교 갈등에서 비켜서 있던 불교도들이 이 지역 종교 분쟁의 주도 세력으로 변하고 있다.
10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한 모스크가 불교도의 공격을 받은 것이 발단이 돼, 불교도와 무슬림이 충돌해 통행금지가 선포됐다고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불교도가 이슬람 사원을 공격해 적어도 5명이 부상했고, 뒤이어 불교도와 무슬림이 거리에서 충돌하면서 가옥 여러채가 파손되고 사원을 지키던 경찰 2명도 다쳤다. 지난달 이 모스크 앞에서는 불교 승려들이 모스크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최근 몇달 동안 스리랑카에서는 강경 불교도 단체들이 무슬림과 기독교도에 반대하는 운동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무슬림과 기독교 성직자들이 스리랑카에서 극단주의를 전파하면서 불교도들을 개종시키려 한다고 비난한다. 지난 4월 이후 담불라에서는 금요일마다 열리는 이슬람의 예배 때마다 불교 승려들이 주도하는 공격이 벌어졌다. 이들은 모스크를 훼손하거나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를 모스크 벽에 그려넣기도 했다.
스리랑카에서 종교 갈등은 ‘불자여단’, ‘불자무력군’(BBS) 등 강경파 불교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부분 불교를 믿는 싱할리족이 스리랑카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다수파이며, 나머지는 힌두교나 이슬람 신자다. 인구의 약 12%를 차지하는 최대 소수민족인 타밀족은 힌두교를 믿고, 무슬림은 약 9% 정도다. 과거 스리랑카에서 무슬림에 대한 박해는 1980년대에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내전을 일으킨 타밀족이 주도했다. 그러나 이 내전이 2009년 싱할리족이 주축이 된 스리랑카 정부의 승리로 끝난 뒤에는 주요 ‘전선’이 불교도 싱할리족과 무슬림 사이에 형성됐다. 불자무력군의 훈련학교 개교식에는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동생인 고타하야 라자팍사 국방장관이 참석해 “우리나라와 종교, 인종을 보호하는 이들은 승려들이다”라면서, 불교도 중심의 국수주의를 부추켰다.
미얀마에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9일 수도 양곤 북쪽 오칸 마을에서는 불교도 폭도들이 이슬람 사원과 무슬림 가옥들을 공격해, 70채의 가옥이 불타고 1명이 숨지고 9명이 중상을 입었다. 한 무슬림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불교 승려와 충돌한 것이 발단이었다.
미얀마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과 다수 민족인 불교도와의 충돌이 지난해부터 인명을 살상하는 폭력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폭력 사태를 주도하는 강경 불교단체인 ‘969 그룹’의 창립자인 승려 아신 위라투는 종교 갈등을 선동한 혐의로 10여년간 복역한 뒤 출소해 ‘미얀마의 빈라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사회문제에 비폭력 저항으로 맞서는 전통을 지켜온 불교도 공동체가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 공격적인 종교 갈등을 주도하는 것은 종교를 명분으로 한 다수집단의 ‘희생양 찾기’로 해석된다. 스리랑카의 시민운동가 산자나 하토투와는 영국 <비비시>(BBC)에 “무슬림에 대한 박해는 소수민족인 타밀족과의 내전에서 승리한 싱할리족의 우월주의가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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