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교수 “경제추락, 분배 실패탓”
친재계쪽 총리 물망 모디 비판
바그와티 교수 “친기업 정책을”
복지 중시 간디 후보에 “무능”
내년 총선 앞두고 정치 이슈로
친재계쪽 총리 물망 모디 비판
바그와티 교수 “친기업 정책을”
복지 중시 간디 후보에 “무능”
내년 총선 앞두고 정치 이슈로
한때 중국과 함께 신흥 경제대국으로 촉망받던 인도 경제가 급격하게 추락한 원인을 놓고 인도 출신의 두 석학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학문적 관점에서 출발한 이 논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도 각 정파를 결집시키며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도 경제의 추락 원인을 ‘분배의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자신의 저서 <불확실한 영광>을 홍보하려고 지난달부터 인도에 머물고 있는 센 교수는 각종 인터뷰와 강연에서 “빈곤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난 23일 보도했다. 센 교수는 “신흥국 가운데 국민의 의료와 교육에 소홀한 나라는 인도가 유일하다”며 이런 이유로 인도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고 진단했다. “양질의 교육 및 의료 시스템을 통해서만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도 경제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8%의 고도성장을 이뤄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하긴 했지만,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빈곤층은 아프리카의 빈곤층보다 더 못산다. 특히 아동 빈곤 문제가 심각해 인도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센 교수는 정부의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과 의료의 수준이 민간보다 열악하지만, 그래도 빈곤층은 공교육과 공공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정 탓이다. 그는 “안타깝게도 정부가 아닌 기업에 빈곤 문제 해결을 맡기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는 재난에 가까운 정책”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반해 또다른 인도 출신 석학 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대 교수는 ‘성장 우선주의 정책’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센 교수와 오랜 학문적 경쟁 관계인 그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센 교수의 주장을 “핵심을 흐리게 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 뒤, “친기업적인 정책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해 일자리를 제공해야 빈곤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을 받으면 노동자들이 알아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양질의 사교육에 돈을 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학문적 논쟁에 그쳤을 두 석학의 설전이 내년 인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센 교수가,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야당의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주 총리를 “총리감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탓이다. 모디 주총리는 친기업적인 정책으로 인도 재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기업 경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구자라트주에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센 교수는 “구자라트식 경제성장 모델이 적절한 수준의 사회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바그와티 교수는 구자라트식 모델이 인도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빈곤층과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처지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여당 후보 라훌 간디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신문은 “인도인들이 내년 총선에서 두 석학의 논리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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