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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베트남 전쟁영웅 ‘붉은 나폴레옹’ 떠나다

등록 2013-10-06 19:35수정 2013-10-06 22:23

보응우옌잡 장군
보응우옌잡 장군
보응우옌잡 장군 102살로 별세

프랑스·미국과의 전쟁 승리 주역
호찌민 이어 독립영웅 추앙받아
많은 사상자 부른 전투에 비판도
“내 사전에 ‘항복’ 없다” 말 남겨
“내 사전에 ‘항복’이란 없다.”

베트남이 강력한 외세에 맞서 벌인 두차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붉은 나폴레옹’으로 불린 전설적 전략가 보응우옌잡(사진) 장군이 지난 4일 숙환으로 숨졌다. 베트남 정부는 “잡 장군이 2008년부터 입원 치료 중이던 하노이 중앙군사병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장례는 12~13일 국장으로 치러지며, 주검은 하노이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향년 102.

1911년 8월 꽝빈성 안사에서 태어난 잡 장군은 14살 무렵 일찌감치 프랑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에 가담했다. 하노이대학에서 법학과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정규 군사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잡 장군이 호찌민이 이끄는 베트남공산당에 가입해 본격적인 반제국주의 투쟁에 뛰어든 것은 1931년의 일이다.

반프랑스 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수감되기도 했던 그는 1939년 프랑스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중국 남부로 건너간 뒤 망명중이던 호찌민과 합류했다. 이 무렵 그는 농촌을 근거지로 한 게릴라전을 중시하는 마오쩌둥의 혁명론에 심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중국에 있는 새, 그의 부친과 부인, 여동생 등은 고문·투옥 끝에 프랑스 식민당국에 처형당했다. 1941년 귀국한 그는 베트남 북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베트남독립연맹의 군사조직인 베트민(월맹)군 조직을 주도한다.

일본의 패망과 함께 1945년 2차대전이 끝난 직후 호찌민은 베트남 북부에서 베트남민주공화국을 선포했지만 프랑스가 옛 식민지를 되찾기 위해 돌아오면서 일전이 불가피해졌다. 베트남 독립전쟁에서 잡 장군이 이끈 베트민군은 날로 세력을 더해갔다. 프랑스군의 전략적 교두보였던 디엔비엔푸에서 벌어진 프랑스군과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1954년 5월 프랑스군은 패배를 선언하고 완전 철수했다.

남북으로 갈린 베트남 통일을 위해 북베트남이 게릴라전을 계속하자,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케네디 행정부는 공산당 세력의 ‘남하’를 우려해 베트남에 대한 군사개입을 갈수록 노골화했다. 1968년 1월30일 베트남 구정 공세(테트응우옌단)를 맞아 북베트남군은 8만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해 남베트남 전역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감행한다. 19년5개월여를 끈 베트남전의 전세를 바꾼 이 ‘구정 대공세’ 작전을 주도한 것도 잡 장군이었다. 작전 과정에서 북베트남 장병 4만여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인명피해가 컸지만, 미국 내 반전 여론이 끓어오르면서 그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평화회담이 시작됐다.

이로써 잡 장군은 베트남 독립과 남북 통일의 주역이란 전설을 쓰며, ‘건국의 아버지’ 호찌민 다음가는 위상을 얻었다. 일부에선 영국의 버나드 몽고메리, 독일의 에르빈 로멜 등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군사 지도자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병사들의 목숨에는 안중이 없는 듯, 극단적인 방식으로 전투를 치러 사상자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1973년 잇따른 전투 패배에 대한 비판과 와병설 속에 일선 전투 지휘에선 물러났지만, 국방장관으로 1975년 4월 사이공(현 호찌민) 함락을 지켜봤다. 1980년엔 국방장관 직에서도 물러나면서, 사실상 권력에서 배제됐다. 그럼에도 ‘생존해 있는 마지막 혁명원로’로서 그는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베트남 공산당의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을 지지했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찬성했다.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을 경고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평화의 장군’을 자처하며, 두차례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보듬으려 애썼다. 그는 “과거를 역사에 맡길 순 있지만, 과거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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