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최악 태풍 피해]
타클로반 40년새 인구 3배 폭증
3채중 1채 날림건축 ‘인재’ 더해
타클로반 40년새 인구 3배 폭증
3채중 1채 날림건축 ‘인재’ 더해
태풍 하이옌이 불러온 필리핀 대참사는 기후변화로 흉포해진 자연과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인간이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기록될 듯하다. <에이피>(AP) 통신은 12일 기상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태풍 발생이 잦은 지리·기상 조건은 물론 빈곤과 날림 건축,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와 함께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사상 최강의 태풍이 참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지구에서 가장 태풍 피해가 심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북서태평양의 따뜻한 바다가 태풍의 연료 노릇을 하는 반면, 태풍의 힘을 누그러뜨리는 내륙지역은 희소한 탓이다. 통신은 제임스 코진 미국기후자료센터 연구원의 말을 따 “북서태평양 일대는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강도 면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라며 “특히 (기후변화로) 태풍의 강도가 해마다 세지고 있는데, 하이옌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대참사가 날 때마다 나오는 ‘인재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세계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필리핀 인구 10명 가운데 4명은 태풍 발생 빈도가 높은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지역에 몰려 산다.
이번 참사 최대 피해지역인 레이테주 주도 타클로반은 지난 40년 새 7만6000명이던 인구가 22만1000명까지 3배가량 폭증했다. 더구나 타클로반 주택의 3분의 1가량은 날림 목조주택인 것으로 전해진다. 케리 엠마누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기상학)는 <에이피> 인터뷰에서 “보통 태풍은 세력이 정점을 지난 이후 내륙에 상륙하는데, 하이옌은 정점에 이르렀을 때 필리핀 중부지역을 관통했다”며“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이, 지구촌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을 덮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막된 제1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9) 첫날 회의에서도 필리핀 참사가 화두로 떠올랐다.
총회 직전에야 재해지역에 사는 동생의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는 옙 사노 필리핀 협상대표는 “굶주린 채 음식을 찾아 헤매고 있을 고국의 동포들과 연대하는 뜻에서 단식을 시작한다. 이번 총회에서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음식을 입에 대지 않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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