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로반 외에 다른 지역들 더 큰 고통”

예수전도단 페트러스 버쿠에일(56·사진 왼쪽) 목사, 선교사인 최정희(오른쪽·59)씨

30년 빈민 지원 버쿠에일 목사
“반군탓 정부 구호활동 막혀
국제사회 적극적 지원 필요”

“사마르섬의 ‘사마르’가 원래 ‘도둑들’이라는 뜻이에요. 이곳에 사는 와라이족의 ‘와라이’는 ‘아무것도 없다’(nothing)는 뜻이고요. 역사적으로 가난한 지역이 얼마나 크나큰 고통을 겪게 됐는지 아시겠지요?”

15일(현지시각) 필리핀 레이테섬 타클로반에서 만난 예수전도단 페트러스 버쿠에일(56·사진 왼쪽) 목사는 필리핀 중부의 주요 태풍 피해 지역인 레이테섬과 사마르섬에 닥친 고통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한국인 아내이자 같은 교단 선교사인 최정희(59)씨와 함께 이 지역에서 30년 남짓 목회 활동을 겸한 빈민 지원을 해왔다. 레이테섬과 사마르섬엔 해마다 크고 작은 태풍이 십여차례 닥치는데다 비적떼까지 출몰해 필리핀에서 가장 가난한 곳으로 꼽힌다고 그는 설명했다. 예수전도단 등의 지원을 받아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을 꾸린 뒤 구호물품을 타클로반에 전달한 이들은 현지 선교사 가정은 물론 필리핀 피해 주민들을 도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버쿠에일 목사는 “구호물자는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현지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구호활동이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사마르섬이나 레이테섬 인근은 반군 활동도 심해 기업이 사업을 하려면 시 정부에 세금을 내는 만큼 반군들한테도 같은 액수의 세금을 내는 게 일상화된 곳”이라고 전했다. 예컨대 버스 회사가 반군한테 돈을 주지 않으면 반군이 버스를 불태워버려 사실상 세금과 마찬가지 개념으로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적떼에 가까운 반군 활동이 있는데다 평소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현지 주민들의 거친 성향이 겹쳐 태풍 뒤 약탈과 폭력이 사방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필리핀 정부의 힘만으로는 이런 엄청난 재난에서 헤어나오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필리핀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1만명 넘게 숨졌다는 얘기가 나오는데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태풍이 온 지 사흘째 되는 날에야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버쿠에일 목사는 타클로반에 견줘 세계 언론의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한 다른 지역의 피해와 구호 부재 상황도 우려했다. 그는 “세부섬에서 휴양지로 알려진 지역은 별 피해가 없었지만 세부섬 북부 보고시티 등은 타클로반과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며 “해당 지역에 가면 아이들이 거리에 ‘헬프’(help)라고 쓴 종이를 들고 먹을 것을 구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쓰나미처럼 모든 게 무너진 상황이니 국제사회가 관심을 나눠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타클로반/정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