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방콕 경찰청은 시민의 것”
일부 시위대 “우리가 승리했다” 환호
일부 시위대 “우리가 승리했다” 환호
타이를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3일, 경찰이 급작스럽게 ‘비폭력’ 대응으로 돌아서며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방콕 경찰청장인 캄론윗 툽끄라짱은 이날 “우리는 시위대를 막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은 최루탄을 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방콕 경찰청은 시민의 것”이라며 “우리가 저항한다면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타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고무총탄·최루탄·물대포를 쏘아가며 총리 공관 등 주요 정부기관 건물을 방어하려 한 경찰이 갑자기 유화 조처를 취하자 시위도 잠잠해졌다. 이에 앞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 정치인 수텝 트악수반은 2일 밤 “이제 경찰청이 새 공격 목표”라고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경찰청장의 선언 직후, 경찰이 경찰본부 앞 길목에 세워놓은 콘크리트 방벽을 치우고 철책을 걷어내 시위대가 경찰청사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총리 관저 앞 바리케이드를 제거하고 건물 담장 앞까지 진출하도록 내버려뒀다. <아에프페>는 시위대가 “우리가 승리했다”고 기뻐했으며, 일부는 경찰청사에 들어가 경찰들과 악수를 나누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수텝은 경찰이 물러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잉락 정권을 물리치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비비시>(BBC)를 비롯한 외신들은 경찰이 왜 이렇게 태도를 바꿨는지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현지 <타이 피비에스>(PBS)의 핌나라 아룬노 기자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탄생 86돌을 앞두고 충돌을 피하려고 시위대를 달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현지에선 국경일인 국왕 탄신일에 맞춰 잉락 친나왓 총리가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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